최근 서울의 한 대학이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개최를 불허했다는 소식이다. 정치적 성격의 행사라는 것이 이유였다. 민간 행사에 정치 운운하는 학교 측의 변명은 구차하기 짝이 없지만, 그보다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것은 도대체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대학의 시각과 태도가 어찌 그리 소아병적일 수 있는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반 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이 땅의 누구도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책에 대해 들은바 없다. 참사의 실체는 오간 데 없이 온갖 설(說)만 난무하고 사람들은 이제 지친 나머지 분노는커녕 애초에 품었던 측은지심마저 거둬들이는 형국이다. 물론 아는 사람은 안다. 누군가가 사람들로 하여금 세월호 사건에 피로감을 느끼도록 의도적으로 조장해 왔다는 사실을.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와 같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과거 그 어떤 대형 교통사고가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이며, 국가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적이 있는가. 국가와 개인의 관계는 숙고를 거듭해도 모자랄 판인데, 지금껏 우리 사회의 완고한 국가주의와 천박한 자본주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우리의 진중한 철학적 성찰을 교묘하게 방해해왔다. 그 결과 물리적 참사는 정신적 참사라는 또 하나의 비극을 낳았다. 언제부턴가 ‘세월호’는 ‘종북’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금기 이데올로기의 목록에 등재된 듯한 느낌이다. 이제 ‘세월호’는 입에만 올려도 진영논리로 매도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판국에 대학이 간담회를 정치적 행사로 규정 지은 것은 대학 스스로 세월호 사건을 학문적 공론장에서 이데올로기 영역으로 몰아내었음을 자인한 꼴이다. 학문의 전당임을 자처하는 곳에서 ‘그들만의’ 국가와 자본에 굴복, 철학적 성찰을 포기하는 ‘미성숙’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착찹한 심정을 누를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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