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 화장실과 노래방에서 열연하는 배우들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즈음이지만 많은 사람이 ‘말이 안 통한다’,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등의 갖은 이유로 소통을 실천하지 못한다.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이하 <우노얘>)는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네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낸다. <우노얘>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요란하지 않게 보여주는 연극이다. 가슴 속 담아둔 말을 전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지난 모습을 돌이켜 볼 기회가 될 것이다.

<우노얘>의 배경은 노래방이다. 이런저런 대화는 많지만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없는 우리를 그려내기 위해 선택한 공간이 노래방인 것이다. 노래방은 함께 어우러지기 위해 가는 공간이지만 막상 그 안에서는 서로에게 단절된다. 그렇기에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를 보여주는 배경으로 노래방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한편 극에서는 대화의 어려움에 부딪쳐 발생하는 불통의 순간에 “화장실 어디 있나요?” 하고 놀이터로 들어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화장실이 놀이터로 연출된 것이다. 이런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연출은 연극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 공연 안내 포스터
<우노얘>는 총 네 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돼 있으며 등장인물은 모두 같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자신의 비밀을 말하기 위해 아들을 노래방으로 부른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는 반대로 냉랭하다. 언제나 아들 걱정뿐인 아버지지만 그 표현이 퉁명스럽고 명령조다. 아들 또한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함을 알고 있음에도 아버지의 잔소리에 매번 반항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들을 하나도 전달하지 못한 채 싸우기만 할 뿐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이별의 순간을 다룬다. 아들은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잠시 이야기 나누자며 들어간 공간은 노래방. 아들은 노래방에서 여자친구를 붙잡기 위해 온갖 진상을 부리지만 정작 전하고 싶은 미안함을 전달하지 못한다. 둘은 결국 비극적으로 헤어지고 만다.
세 번째는 이별한 여자친구의 이야기다. 우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만난 친구들이지만 그들은 자기 이야기밖에 할 줄 모른다. 위로랍시고 추는 춤들은 사실 자기들이 즐겁기 위한 춤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 여자친구는 울며 뛰쳐나가버린다.

네 번째는 재혼을 결심한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이 노래방에서 데이트하는 내용의 이야기다. 이 둘은 많은 말을 나누며 일면 소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재혼을 포기한다. 이는 서로가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했음을 내비친다.

각 이야기는 어떤 결말도 내리지 않은 채 소통에 실패하는 상황을 담담히 보여준다. 그저 소통하는 방법을 몰라 헤맸던 이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거울처럼 보여줄 뿐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감정을 한바탕 뒤흔들지는 않지만, 지난 시간들을 가만히 회상하게 만들어 준다. <우노얘>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만들 힘을 지닌 것은 아닐까.

 

 

글_ 김민기 기자 mickey@uos.ac.kr
사진_ Story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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