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춘(글쓰기센터 객원교수)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조안 B. 시울라의 『일의 발견』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일을 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더 나아가 일과 삶의 의미와 연관성을 탐구하고 있는 책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유와 여가 문제를 삶과 연결시켜 우리의 현재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책입니다.”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있다” 시울라 교수는 과거의 일을 이렇게 정의했다. 하지만 정보기술의 발달은 일과 여가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지하철에서 태블릿 PC를 들고 일을 하거나 휴가 기간 중에 바닷가에서 스마트폰으로 주가를 확인하는 상황은 현대인들에게 어색한 상황이 아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365일 노동자’가 탄생했다고 표현한다. 현대인들에게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있다’는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일은 계속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일은 현대인들의 삶에서 결코 뗄 수 없는 부분이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저자는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화, 일의 의미를 바꿔놓다

산업화는 인간이 일을 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산업화 이전 노동자들의 일은 과업지향적이었다.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며 일을 했다. 그들은 현대인들보다 훨씬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일터로 향했다. 하지만 산업화와 함께 자본주의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일의 양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일을 하는 방식은 과거의 과업지향적 형태가 아니라 시간지향적 형태로 변했다. 고용인들은 노동자의 업무 시간을 감시하고 노동자들은 공장에 가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산업화가 불러온 시간지향적 형태의 업무는 현대에 와서 더욱 심화돼 임금지향적 형태의 업무를 불러왔다. 현대인들은 성과급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반납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이 하는 일로 인해 삶이 피폐해진다고 느끼고 있다.


의미 있는 일과 의미 있는 삶

저자는 현대인들이 피폐한 삶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울라 교수는 의미 있는 일이란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위들)에 우리의 에너지와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관한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측면에서 ‘의미’는 ‘개인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 개인에 따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과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대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 ‘나는 암 치료법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할 때 이는 개인의 인식과 관련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암 치료법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도 그 사람의 위치가 학생이냐, 의대 교수냐에 따라서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는 방식은 달라진다. 의대 교수는 학생과 비교했을 때 지식의 폭이나 가지고 있는 자료 또는 설비의 선택 폭이 훨씬 넓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는 개인의 인식이 반영된 일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식’이 반영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타인의 인식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도덕적 흔적을 남겼는가?’라는 질문과 관련이 있다. 도덕적인 삶은 개인의 인식이 반영된 일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개인의 인식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어떤 사람에게는 호기심으로 인한 살상무기의 발명이 봉사활동을 하는 삶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인 삶은 비도덕적인 삶보다 가치가 있다. 시울라 교수는 ‘도덕적인 삶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다른 모든 이들의 가치 있는 삶을 살 권리를 존중한다면, 이론상으로 우리는 모두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원한다. 시울라 교수의 이 책은 일의 역사적 개념을 살펴보고 이를 삶과 연결시킨다. 더 나아가 『일의 발견』은 의미 있는 삶과 바람직한 직업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조준형 기자 no1contro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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