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기자는 책을 사기 위해 한 온라인서점에 접속했습니다. 하지만 접속자가 폭주하는 바람에 결국 책을 사지는 못했습니다. 도서정가제를 앞두고 ‘폭탄 할인’을 선언한 온라인 서점들에 소비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정가제를 새로 시행되는 제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도서정가제는 2003년부터 시행된 제도입니다. 도서정가제는 거대 서점의 과도한 할인으로 인해 중소 서점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해 도서에 정가를 적용하고 할인율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도서정가제는 발행 후 18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간에 대해서만 할인율을 10%로 제한했으며 참고서, 학습지 등에는 예외로 적용했습니다. 이때까지 도서정가제가 문제시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소비자들과 서점들 모두 마치 도서정가제에 ‘대비하듯’ 책을 사고팔기에 분주해진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바뀐 도서정가제 때문입니다. 정부는 중소 서점의 활성화를 위해 도서정가제 내의 할인율 제한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지난 21일부터 적용된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발행일과 관계없이 모든 도서의 할인율이 10%로 제한됩니다. 예외항목이었던 문제집은 물론이고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오래된 책들까지 할인율을 제한 받게 된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는 기존보다 더 비싼 값에 책을 사야 하는 것입니다.

중소 서점을 위하겠다던 도서정가제로 인해 소비자는 물론이고 판매자의 위치에 있던 서점들 역시 울상입니다. 도서정가제로 인해 실질적으로 인상된 도서 가격이 안 그래도 위축된 도서 소비를 더 얼어붙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도서정가제에 대한 보고에 따르면 “책 가격이 오르면 책 소비도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소비 위축은 도서 업계에 치명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많은 온라인 서점들이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 90%라는 무리한 할인율을 적용하면서까지 매출을 올리려 했던 이유입니다.

정작 도서정가제가 목표했던 중소 서점 활성화도 과연 잘 이뤄질지 의문입니다. 출판사들은 중소 서점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대형 서점에게 책을 공급합니다. 도서 판매를 늘리기 위해선 책을 대형 서점에 꼭 입고 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형·온라인서점은 각종 제휴사 할인과 같은 간접 할인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대형 서점은 교묘히 법의 망을 피해가며 높은 할인율을 유지할 수 있지만 중소 서점은 그럴 수 없어 가격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표면적인 할인율만 제한해서는 중소 서점을 활성화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물론 도서정가제가 할인율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도서 시장을 해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소비자들은 도서정가제로 인해 책을 구입할 때 ‘주춤’거리게 될 것이분명해 보입니다.

글_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사진_ 인터파크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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