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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
열정페이, 침묵이 만들어낸 괴물
김준태 기자  |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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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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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헤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3년 정도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다. 하루에 수십 번씩 손님들의 머리를 감겨주면서 피부병이 생겼고, 일하는 내내 서있다 보니 허리 디스크 등의 근골격계 질환도 앓게 됐다. 이런 고된 업무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처참한 수준이다. 하루 12시간이나 일을 하지만 한 달에 받는 임금은 겨우 70~80만원이다. 교육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별도로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위 사례는 청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에서 제시한 대표적인 청년 착취사례다. 이렇듯 청년들이 착취당하는 현상을 빗대 ‘열정페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열정페이는 ‘열정이 넘치고, 능력이 충분하다면 적은 돈으로 부려먹을 수 있다’는 인터넷상의 우스갯소리에서 나온 말이다.

열정페이 문제는 미용업 같은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주 몬트리올 총영사관에서는 인턴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대학을 나와야 하고, 영어와 불어를 잘 구사하는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까다로운 지원요건이었음에도 급여란에는 ‘무급’이 적혀 있었다. 이처럼 청년들을 착취하려는 현상은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가리지 않고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 주 몬트리올 총영사관에서 올린 무급인턴 모집광고

보호받지 못하는 인턴

열정페이 문제는 주로 ‘인턴’으로 고용된 사회초년생의 사례에서 발견된다. 인턴의 사전적 정의는 ‘대학교나 고등학교 등의 졸업 예정자 가운데, 추천 따위의 일정한 양식에 따라 선발된 사원으로서 미리 회사의 업무를 익히는 사람’이다.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의 노상헌 교수는 “구직을 위한 스펙으로서 인턴경력은 현재 대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턴은 불완전한 고용자다. 노 교수는 “사업주와 구직자간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 인턴의 특징이다. ‘실무를 익힌다’는 인턴 본래의 취지대로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경우라면 무급인턴도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인턴이 실질적으로 노동을 제공한다면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 보장, 산재보험법의 적용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열정페이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일부 기업들은 인턴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임금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 정규직 수준의 업무를 부담하게 하면서도 낮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것이다. 최근 유명 디자이너실에서는 인턴에게 한 달에 10~30만원에 불과한 임금을 제공해 논란이 됐다. 하루에 11시간 내외로 일한 것에 대한 보수로는 너무나도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딱히 없는 실정이다. 노 교수는 “인턴들에게는 사용기간, 수당유무, 휴식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에 있어서 최소한의 입법적 보호가 없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의 정준영 국장은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또한 미비한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강요된 침묵,  문제를 키우다

청년들이 직접 열정페이 문제를 고발하는 것은 하나의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고용상태 탓에 청년들이 기업의 만행을 알리는 것은 쉽지 않다. 노동착취를 당하는 청년들은 열정페이 문제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국장은 “착취를 당하는 청년들도 현재 상황이 매우 부당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함부로 불만을 드러냈다가 직장에서 잘리고 해당 업계에 소문이 퍼지는 등 처우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근무여건의 개선을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의 힘든 취업 현실이 청년들을 부당한 상황에 순응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건축디자인을 전공하는 B(한양여대 13) 씨는 “취업한 선배들이나 실무를 담당하는 교수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건축디자인 분야의 경우 사회초년생의 월급이 100만원이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운 전공 분야의 현실에 대해 말했다. 이어 B씨는 “실무경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처우가 안 좋다 해도 버틸 수밖에 없다”며 열정페이 문제에 대해 어쩔 수 없지 않냐는 태도를 보였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승래(한밭대 12) 씨도 “구직 면접 시, 내가 착취를 당하면서 쌓은 경력을 인정해준다는 보장만 있다면 착취를 당해도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회사들은 경력직을 선호하는데 당장 경력을 쌓을 곳은 흔치 않으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목소리 내는 것이 해결의 시작

노 교수는 “인턴제도의 오·남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인턴의 경우 ‘쓰고 버린다’는 관념에서 ‘키워서 쓴다’는 관념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국장 또한 “열정페이로 고통 받고 있다면 그것은 청년들의 잘못이나 부족함 때문이 아니다”라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정 국장은 열정페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열정페이를 지급하며 청년들의 노동과 열정을 착취하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내 고발해야 한다. 청년들이 직접 기업들의 부당한 행태에 대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청년유니온에서는 비합리적인 노동과 저임금을 강요하는 ‘블랙기업’을 제보하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 국장은 “해당 사이트를 통해 모인 사례들을 이용해 2015년 상반기에 ‘블랙기업 시상식’을 개최해 한국의 블랙기업들을 고발할 계획이다. 또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사회적 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많은 청년들의 사례 제보를 부탁했다.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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