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유명한 도둑이 등장한다. 그는 지나가는 행인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철로 된 침대 위에 눕힌다. 그 후 침대보다 몸길이가 짧으면 몸을 늘여서 죽이고, 침대보다 몸길이가 길면 침대 밖으로 나오는 길이만큼을 잘라 죽인다. 어떻게 보면 다소 황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 이런 일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자신의 침대에 맞지 않으면 억지로 맞추려고 한다. 사실은 이해하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에 맞춰 재단한다.

이번 해외직구를 취재하면서 나를 포함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프로크루스테스로 살아오고 있었는지를 알게 됐다. 어느 포털사이트에 해외직구를 검색하면 ‘정부가 해외직구를 규제하려나 보네요’라는 연관 검색어가 뜰 정도로 해외직구 규제는 마치 공식 사실인 것처럼 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었다. 수면 아래에서는 내수를 위해 해외직구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일부 사람들은 규제가 이뤄졌을 때를 가정해 그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식의 논의를 넘어서 그저 비난만 한다. 마치 규제가 이미 사실이 된 것처럼 말하며 자신의 신념을 강요한다.

신념이 맞는지 틀린지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나의 신념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있는 지의 문제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사실처럼 말하며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 대해선 무조건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신념이라는 것은 하나의 침대이다. 침대는 편안히 머무를 수 있고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침대에 맞지 않는다고 누군가를 겁박한다면 그것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김승환 기자 ktaean544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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