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방학 때 ‘아이 워너 비 더 가이’라는 게임을 한동안 즐긴 적이 있다. 평소 2D 그래픽에 8비트 음악이 깔리는 고전게임들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이 게임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재미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어렵다. 정말, 다른 표현을 빌려올 것 없이, 말 그대로 엄청 어렵다.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고, 땅에서 가시가 올라오고 구름에서 번개가 떨어지는 등 온갖 함정들이 캐릭터를 괴롭힌다. 게다가 캐릭터의 체력은 어찌나 약한지. 떨어지는 사과에 발끝이라도 닿는 순간 ‘게임 오버’다. 내가 게임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이 물었다. “이런 화나도록 어려운 게임은 왜 하는 거냐? 게임은 즐겁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 당시에는 명확한 대답을 못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어렵기 때문에 게임이 재밌는 거라고. 정말 욕이 나올 정도의 난이도였지만 돌이켜보면 굉장히 재밌었다는 생각뿐이다. 온갖 함정과 공격들을 피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성취감. 섬세한 조종으로 보스를 잡아내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려워서 즐거운 것은 게임만이 아니다. 내 상황에 비춰 말해보자면 어려운 일들이 많다. 좋은 학점을 받는 것도 어렵고, 멋진 기사를 뽑아내는 것도 어렵다. 인간관계나 금전문제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삶의 곳곳에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분명 내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들은 사는 동안 많은 문제를 겪게 된다.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문제들 덕분에 삶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학점 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공부에 매진하게 되고, 좋은 기사를 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열정을 쏟을 수 있다. 열정을 쏟은 만큼 우리가 얻어내는 결과는 특별해진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은 결과들이 굴러온다면 삶은 금방 지루해질 것이다. 고생 끝에 얻어낸, 아무나 이뤄낼 수 없는 결과이기에 이에 대한 성취감은 더 커지고, 또 특별해진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상투적인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말을 하며 사람들이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을 굳이 챙겨주는 행태를 참 싫어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이 어려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갑작스레 어려움이 몰려온다면 좌절하지 말고 이 말을 한 번씩 떠올려보자. 삶은 어렵기 때문에 살만한 가치가 있고, 또 재미있다.

김준태 부국장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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