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서울대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혐의의 주인공이 자타가 인정하는 이 나라 최고 대학의 교수라서가 아니다. 범법 혐의가 있는 해당 사건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난 몇 년 간 자기가 가르친, 그것도 알려진 사례만 해도 2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상습 성추행을 저질러왔다는 사실이 아연할 따름이다.

요즘 잊을 만하면 불쑥 고개를 내미는 것이 대학교수들의 성 관련, 연구비 관련 사건들이다. 성추행 사건은 서울대뿐 아니라 얼마 전 고려대 등 일부 대학에서도 발생해 공분을 산 적 있고, 연구비 관련 사건으로는 최근 전북지역 한 국립대학 교수가 거액의 제자들 인건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최고의 지성과 덕성을 겸비한 집단으로 평가받아온 대학교수들이 왜 이러는가? 도대체 얼마나 망가졌으면 “돈은 없고 여학생들만 많은 인문사회계 교수들은 주로 성 관련 범죄를 저지르고, 여학생보다 돈이 많은 이공계 교수들은 주로 연구비 관련 부정을 저지른다”는 세간의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가.

교수들의 부도덕, 범법 행위는 그 종류가 어떤 것이더라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가장 치사하고 비열하다. 흔히 ‘갑을관계’라 부르는 비대칭적 권력 관계의 극단적인 형태는 갑이 현실적으로 아무런 저항력을 갖지 못한 을에게 비가역적으로 강제력을 행사하는 경우인데, 대학에서의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수들의 성적 위해와 금전적 갈취를 불관용의 자세로 철저히 엄단해야 할 이유다. 학생과의 관계에서 교수는 ‘권력자’가 아니다. 교수의 권위는 학생들을 향해 행사하는 제도적 강제력이 아니라 교수의 지성과 덕성에 대한 학생들의 자발적 존경심에서 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