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유도소년>

▲ 공연 포스터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은 있다. 그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눈물을 흘리곤 한다. 슬럼프, 그 짓궂은 시험에 빠져 방황하며 한 방울. 좋아해, 한마디가 어려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한 방울…. 연극 ‘유도 소년’은 이런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특히 ‘유도소년’은 ‘운동’을 매개로 청춘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보여줌으로써 젊음 특유의 역동성도 잘 그려냈다.

연극이 시작됐다. 무대 사이로 실제 유도 도장을 연상케 하는 매트가 보였다. 곧이어 세 줄기의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운동하는 남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스윙을 연습하는 배드민턴 선수 ‘화영’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샌드백을 치는 권투 선수 ‘민욱’이, 오른쪽에는 벽에 고정된 고무줄을 힘차게 당기고 있는 유도선수 ‘경찬’의 모습이 보인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땀 흘리고 있는 세 남녀가 앞으로 어떤 에피소드를 만들어 나갈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 풀이 죽은 경찬을 위로하기 위해 모인 요셉과 태구
빡빡머리에 험악한 인상의 경찬. 전북체고의 유망주로 잘나가던 경찬이지만 슬럼프에 빠져 대학에도 못 갈 상황이다. 설상가상 후배들이 벌인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입장은 더욱 난처하게 된다. 사고뭉치 유도부가 교장선생님에게 쫓겨 단체로 구르고 점프하고 낙법으로 착지하는 모습은 실제 유도 기술에 코믹까지 곁들어져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한편 상경한 경찬은 학생 대표 선서를 하고 있는 화영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화영 옆에는 늘 ‘아는 오빠’ 민욱이 있다. 경찬에게 민욱의 존재는 입안의 가시 같다. 권투선수 민욱과 주먹다짐을 하다 호되게 얻어맞는 경찬의 모습이 처량해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힘내라 경찬아!’ 

사랑에 빠져 운동에 소홀하게 된 경찬. 결국 후배 ‘요셉’에게까지 밀리게 됐다. 자존심에 금까지 간 상황에서 경찬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고 만다. 고? 스톱? 그것이 문제로다. 극 중 경찬이 갈피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자 경찬의 코치는 따끔한 충고를 한다. “도망치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다 습관이여!” 이 말은 단순히 코치가 경찬에게 던진 꾸지람이 아닌,  장애물과 마주한 이 나라의 청춘들에게 꿈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충고가 아닐는지.

슬럼프에 빠진 경찬에겐 어쩌면 포기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황하는 시간 동안 경찬은 한 단계 성장한다. 전국대회 마지막 시합, 조르기 기술에 걸려 패배가 가까워진 순간에도 경찬은 큰 소리로 으름장을 놓는다. “내가 끝났다고 할 때까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랑께!” 결국 다음날 경찬은 목에 깁스를 하고 나타난다. 미련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몸이 부서져도 굴복하지 않은 경찬의 의지에 감탄하게 되는 장면이다. 경쟁에 치여 어느새 포기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들에게 연극 ‘유도소년’의 경찬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힘든 현실이 결코 끝이 아니니 포기하지 마’라는 호탕한 격려가 아니었을까. 

 

글_ 김선희 기자 doremi615@uos.ac.kr
사진_ Story 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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