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먹는 대학생의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이 화제가 되자 자신 역시 혼자 밥을 먹는다며 많은 대학생들이 잇따라 인증사진을 올렸다. 급기야 사람들은 이들에게 ‘혼밥족’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에 이르렀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자 혼밥족은 비단 대학 내의 현상을 지칭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 현상 전반을 지칭하는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신종어가 생기는 것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신종어들이 쓰이는 맥락이다. 맥락을 살펴보면 단어가 어떤 뉘앙스를 풍기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혼밥족이라는 단어와 대학교라는 장소가 만났을 때 풍기는 뉘앙스는 달갑지만은 않다. 대학교의 혼밥족이 밥을 먹는 장소를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빈 강의실이나 화장실에 숨어 밥을 먹는다. 이들이 숨어서 밥을 먹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다. 혼밥족을 보는 일부 대학생들의 시선은 ‘연민’을 넘어서 ‘찌질’로 치닫기도 한다. 혼밥족들은 불쌍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찌질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빈 강의실과 화장실로 숨어 든다. 이 단상의 기저에는 아주 위험한 가정이 숨어있다. 다수가 하는 활동이 혼자서 하는 활동보다 낫다는 가정이다.

이는 비단 대학가에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다. 언제부턴가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을 긍정적인 인간상으로 내향적인 사람을 부정적인 인간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리더십에 관한 강연은 대부분 외향적인 사람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직장 상사들은 술을 건네며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져야하고 사회생활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외향적인 사람이 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사실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라는 문제는 개인의 성격과 관련한 문제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외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극들에 의해 고무되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조용하고 절제된 환경에 있을 때 자신의 능력이 극대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휴일에 집에서 독서를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을 선호하며 혼자 밥을 먹는 것이다. 따라서 다수가 하는 활동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혼자서 하는 활동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뿐, 여기에 우열은 있을 수 없다.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그대, 잘못이 있다면 그대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있다. 그러니 더이상 숨어 있지 말기를.

조준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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