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연말정산 결과가 공개되면서, 2013년 세법개정안의 세액공제전환 정책이 납세자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 될 운명에 처해있다. 근로자들은 단지 세금이 증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세액공제전환에 대해 불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2년에 걸쳐 증세없는 복지와 공평과세를 약속한 정부에 대해 신뢰를 상실한 것이 이번 조세저항의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조치에 대해 조세정책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근로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소득공제는 혜택이 고소득층에게 집중되어 소득세의 재분배기능이 적절히 작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현행 제도 하에서 대부분의 소득공제가 소득에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고 여기에 납세자의 소득에 누진적으로 적용되는 한계세율 효과를 곱하면, 소득공제가 주는 소득세 절감의 실질적인 효과는 고소득층에게 집중된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게 되면, 소득세의 절감혜택이 공제규모에만 비례하여 나타나기에, 기본적으로 소득세 세원이 확대되고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동일수준의 공제는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이중의 긍정적인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이러한 세액공제방식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조세저항이 거세지기만 하는 것은 왜일까? 이번 사태를 관찰해보면 논란의 핵심은 세액공제 방식으로의 전환 자체보다는 조세정책 수립의 원칙과 추진과정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조세정책 수립의 기본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공평과세가 근로자층 내부에서만 유독 강조된 문제가 있다. 투명한 유리지갑에 비용분담을 요구한 것과 달리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에 대한 명시적인 조치가 정책에서 누락됐다. 세부담을 늘리기 이전에 정부가 세출을 효율화하는 노력을 보여야 함에도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불신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이외에 조세정책의 수립과 추진 과정에서 증세를 인정하지 않고 세제합리화 주장만을 고집한 정부의 일방주의 역시 조세저항을 키웠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십년간 유지되어 온 소득공제 제도는 근로자들에게 있어 연말정산 환급을 13월의 급여라고 부를 정도로 경제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단기간에 제도를 바꾸려는 성급함을 감추지 못했다.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에 의해 세액공제 전환을 추진했다면, 납세자의 저항은 훨씬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복지확대를 위한 재원 조달에 있어 다수 근로자의 세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번 경험으로부터 얻은 중요한 교훈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증세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에서 정부는 이제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까지의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세제의 미비로 인해 예외적으로 비과세되는 소득이 존재하는지, 방만한 조세감면을 충분히 정비했는지를 국민과 함께 공개적으로 점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복지증세의 기본원칙은 모든 계층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세금을 분담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우철(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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