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피습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곧 바로 수사본부가 꾸려졌고 피의자 김기종 씨에 대한 여러 정황들이 밝혀졌다. 이후 일부 국민들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며 쾌유를 빌기도 했다. 한미 간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봤을 때 이번 피습 사건이  중대한 사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사건에 ‘죄책감’을 느끼는 태도는 조금 지나쳐 보인다.

이번 피습 사건은 한 개인이 저지른 범죄다. 아무리 사회적 여파가 큰 범죄라 할지라도 그 책임은 철저하게 김기종 씨 개인이 지고 가야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기저기서 ‘사랑합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를 외치는 지금 우리 사회 모습을 보면 마치 국민 모두가 주한 미국 대사의 경호 책임을 지고 있는 듯하다. 지극히 ‘한국’스러운 방식으로 부채춤 공연을 벌이고, 개고기를 보내며 쾌유를 비는 것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급기야 지난 9일에는 공화당 신동욱 총재가 석고대죄를 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비판 여론이 일자 신 총재는 “석고대죄는 예부터 왕실에서만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현 대통령의 제부인 내가 음식을 끊고 길가에서 밤을 새면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하겠느냐"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리퍼트 대사가 무사히 퇴원해 다행이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대주의적 호의는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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