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국내 여러 여성단체들이 기념행사를 통하여 여성의 인권 보호와 성평등을 주장했다. 이들의 외침이 허공의 메아리가 되지는 않았는지, 기념행사들이 참여 여성들만의 축제가 되지는 않았는지 심히 우려스럽다. 왜냐하면 아직 우리나라가 제도적, 문화적으로 여성들의 인권과 사회활동을 뒷받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유리천장(glass ceiling) 지수(index)를 발표했다. 이것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 등을 막는 사회적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장을 점수로 매기는 것인데, 고등교육을 받은 남녀 비율, 여성 경제활동 참여도, 남녀 임금 격차 등 9개 항목을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점수가 낮을수록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차별 등의 벽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100점 만점 중 25.6점으로 평가 대상이 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가운데 3년 연속 최하위였다.

요즘은 여학생들이 학업성적을 포함한 학교생활에서 남학생보다 강세를 보인다고 한다. 이 여학생들이 지금 자신의 능력과 꿈을 펼치고 있다면 우리나라 유리 천장 지수가 최하위를 기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 후에도 자신의 경력과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며, 결국 이러한 문제는 여성이 열등하다고  인식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기준으로 능력을 평가 받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이나 문화부터 먼저 바꾸어야 한다고 하지만, 제도가 먼저 선행되어야 문화가 바뀔 수 있다. 어린이집 교사 폭력 방지 제도마련에서부터 기업이나 기관의 여성인력 고용 쿼터제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여성이 맘껏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보장해주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