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앞에는 버튼이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모르는 사람이 죽게 되지만 당신은 10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버튼, 누르시겠습니까?”

고민없이 버튼을 누르는 사람도, 버튼 위에 손을 두고 망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질적 욕망보다는 도덕적 양심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그래도 모르는 척 욕망의 유혹에 빠지고 싶은 경우가 생긴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주인공 조단 벨포트는 이 상황에서 버튼을 누르는 데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을 인물이다.

“난 항상 부자가 되길 바랬어.” 22살의 나이로 월스트리트에 입성한 조단은 돈을 벌겠다는 야망에 가득 찬 사내였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그 역시 처음부터 돈만을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그도 한 때는 “월스트리트에서는 마약과 매춘이 일상”이라는 상사의 말에 질색하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야망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이후 6개월 동안 누구에게 뒤질세라 방탕한 일상에 뛰어들어 끝내 월스트리트에 들어가는 입장권을 얻어낸다.

여느 영화 속 주인공이 그렇듯 이제 막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려던 그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제 불황은 이제 막 월스트리트에 발을 내딛은 조단을 내쫓는다. 달콤한 꿈을 꾸다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그는 자신의 야망을 더욱 불태운다. 악에 받친 그는 코흘리개 아이부터 집배원까지 주식에 대해 잘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을 꼬드겨 닥치는 대로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한다. 한 번 불이 붙기 시작한 욕망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고 이에 그는 더 큰 한 탕을 노리기로 마음먹는다.

▲ 불법적으로 돈을 옮길 방법을 궁리하는 조단
그는 이제 자신이 직접 차린 회사를 통해 부자들에게도 본격적으로 돈을 뜯어내기 시작한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그의 욕망 앞에 도덕적인 규제는 오히려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사회의 규율에서 벗어나는 모든 짓을 일삼는 조단에게 그의 아버지는 인과응보를 잊지 말라고 꾸짖는다. 그런 아버지에게 조단은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은 평범한 세상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자신은 평범한 세상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반박한다. 이미 그에게 도덕은 고장난 브레이크에 불과했다. 22살 월스트리트에 입사하던 때부터 고생을 함께한 아내를 두고 외도를 하고, 자신을 쫓는 FBI를 돈으로 매수하려하고, 타인의 죽음보다는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올 돈에 더 관심을 쏟는 조단의 모습에서 도덕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순히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도덕을 져버리는 것이 합당한 것일까? 이러한 문제의식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는 조단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 대부분의 장면을 할애한다. 그래서 어쩌면 개인에 따라 이 영화가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덕과 욕망사이에서 고민해 보았던, 혹은 지금이라도 고민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인 더 하우스> (프랑수아 오종, 2012)
   - <셰임> (스티브 맥퀸, 2011) 

 
박소은 수습기자  thdms0108@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