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가정·사업장·공공기관 등에서의 쓰레기 분리배출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분리수거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재활용 가능 쓰레기가 종량제봉투 속에서 일반쓰레기와 섞여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분리수거 규정을 대폭 강화한 것입니다. 이어 ‘2017년 생활쓰레기 직매립 제로 달성’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에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분리수거 항목이 터무니없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공분을 가장 많이 산 항목은 종이류입니다. 개정된 항목에 따르면 이제 ‘영수증’은 종이류로 분리수거해야 합니다. 하지만 영수증은 약품처리가 돼서 애초에 재활용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더 가관인 건 ‘사용한 휴지’까지 종이류로 분리수거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용한 휴지의 경우 제한적으로 재활용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대체 화장실 휴지를 어떻게 분리수거하란 것인지 정책 관계자분이 어떻게 분리해야 하는지 손수 시범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의 불편은 고려하지 못한 모습도 눈에 띕니다. 일례로 종이컵을 사용해 티백차를 마신다면 무려 3번의 분리수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먼저 티백 내용물은 ‘일반쓰레기’, 종이컵은 ‘종이팩(컵)’, 티백 포장지는 ‘종이류’로 분류해 버려야 합니다. 커피를 테이크아웃 했다면? 뚜껑과 빨대, 컵홀더, 종이컵을 각각 따로 버려야 합니다. 게다가 여성용품의 경우 대개 비닐봉지나 휴지에 싸서 버리는데, 이 경우도 가차 없이 따로따로 분리수거 해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분리수거 날은 약속 없이 하루를 꼬박 비워놔야겠습니다. 분리수거하느라 하루가 금방 갈 테니까요.

분리수거 항목도 어이가 없지만 더 가관인 것은 서울시의 태도입니다. 시민들은 SNS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티백 종이며 코 푼 휴지를 무슨 수로 재활용하냐”며 정책의 부당함에 대해 항의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 박 시장은 SNS를 통해 “(분리수거)벌칙을 강화할 생각”이라며 일축해 버렸습니다. 악법도 법이라는 걸까요. 논란이 거세지자 서울시는 뒤늦게 정책을 수정하여 기준을 다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분리수거를 매우 잘하는 나라입니다. OECD 국가들 중에서 매번 자살률 1위만 하던 모습과는 달리 분리수거에서는 전체 3위를 기록했습니다. 모두 시민들이 노력했기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의 모습은 지금까지 시민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만 같습니다. 좋은 정책이란 무릇 탁상행정이 아니라 진정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을 서울시가 모르는 것은 아니겠죠.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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