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다시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다. 오랜 불문율을 깨고 대학 내에 경찰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이 진입한 서강대를 비롯하여 서울시내 대학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내용의 대자보가 붙은 상태다. 호소문에는 ‘대학이 민주주의와 자유의 공간으로 남아있길 바라는 학생들이라면 행동해 달라’는 문구가 실렸다.

대자보는 대학 내 경찰 투입에 대해 몇몇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시작됐다. 처음 대자보가 붙기 시작한 곳은 서강대였다. 서강대에서는 지난달 4일 마리오아울렛 홍성열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이 열렸다. 같은 시각 교문에서 15명의 서강대 학생들과 6명의 마리오아울렛 해고노동자들이 홍 회장의 학위수여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 시위에 참여했던 오경택(서강대 10) 씨는 ‘홍성열 회장은 3억원이 넘는 임금체불, 비상식적인 노무관리, 정관계 로비 등으로 회사를 키워온 인물이다. 이런 사람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주는 것은 부도덕한 기업가를 대학의 이름으로 면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처음에는 교문 밖에서 시위하던 이들이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학교 안으로 이동하자 대기 중이던 80여명의 경찰이 길을 막아섰다. 이가현(서강대 12) 씨는 “1인 시위 같은 경우 법적으로 경찰이 막아설 근거가 없다. 모이기만 하면 무조건 불법집회라는데 어디 가서 의견을 말하고 주장을 펴겠나”라며 당시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서강대 내부의 반응은 분분하다. 서강대 총학생회 대회협력국장 김형은 씨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홍 회장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여와 이를 진행하며 있었던 경찰의 난입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몇몇 대자보에 쓰인 ‘유신 정권의 부활’, ‘독재 정권의 시작’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는 학우들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학생들의 활동에 공권력이 개입하는 일은 서강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11일에는 구로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학생회장을 사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어 12일에는 총장과 면담을 요구하던 청주대 학생회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문제의식을 느낀 서강대 이가현 씨를 비롯 대학생 20여 명은 지난 9일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44명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경찰청장에게 ▲학원사찰과 경찰 학내 투입에 대한 경찰청장의 사과 ▲대학생 사찰 내역 공개 ▲대학 내 경찰투입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이 씨는 “경찰청장님께 직접 전달을 요구했는데 청장실이 아닌 민원실로 가라더라. 처리하는 데 2개월이 걸린다는 답변이 전부였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선희 기자 doremi61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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