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이하 레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뜨겁다. 레진은 온라인 만화(이하 웹툰)서비스 회사로 창사 2년 만에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레진은 웹툰 유료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웹툰은 무료’라는 한국 웹툰 시장의 흐름을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유료 서비스 자체로도 화제지만 유명 작가들의 작품 연재 역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레진은 어떻게 웹툰을 유료 화시킬 수 있었을까.


레진, 성인들을 위한 만화

장한빛 기자(이하 장): 혹시 며칠 전 25일 레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접속차단’ 조치를 받은 것을 알고 있나. 레진의 콘텐츠에 음란성 게시물이 포함됐다는 것을 이유로 레진 홈페이지가 ‘불법·유해사이트’가 돼버렸다. 곧 온라인상에서는 이용자들의 항의글이 폭주했다. 결과적으로 바로 다음 날 차단조치가 해제됐지만 이용자들은 물론이고 레진을 몰랐던 사람들에게까지 회자됐다. 레진은 이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김태현 기자(이하 김): 레진도 대단한 게 이걸 기회로 삼아 ‘창사 최초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더라(절레절레). 레진은 초기 ‘성인들을 위한 웹툰’이란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때문에 ‘성인만화’는 레진의 정체성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게재되는 작품의 상당수가 다소 선정적인 성인만화다. 방통위가 차단조치를 취한 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인 것 같다.

장: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영리하다. 인터넷 상에서 결제를 하고 돈을 쓸 수 있는 건 주로 성인들이지 않나. 기존에 ‘공짜’로 여겨지던 웹툰을 유료로 이용하게 만들기 위해선 결국 성인들을 공략하는 게 필수다. 그 때문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한 성인만화는 네이버, 다음카카오에서 보기 어려운 콘텐츠다. 레진이 블루오션을 공략해 독자적인 콘텐츠를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레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만화 1, 2, 3위 모두 성인만화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소비자의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하는 서비스

김: 레진의 진정한 저력은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한 유료화 정책을 펼쳤다는 데 있다. 레진은 전체유료화, 부분유료화, 무료의 세 가지 방식으로 만화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부분유료화 정책은 레진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무척 특이하다. 부분유료 만화는 결제를 통해 무료이용자보다 일주일~한 달 가량 먼저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료이용자가 어떤 만화의 최신화를 보기 위해서는 30일을 기다려야 한다. 30일을 기다리기 싫으면 유료 결제를 하면 된다. 자연스레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지능적이다. (웃음)

장: 만화를 유료로 구매하면 해당 화가 ‘내 서재’라는 곳에 보관된다. 그것도 상당한 고화질로.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면 자신이 구매한 만화를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식욕, 수면욕 보다 소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들에겐 매력적일 것이다.
김: 레진에서 만화를 많이 보고, 구매하면 해당 패턴을 분석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만화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만화를 많이 보면 볼수록 더 정확하게 독자의 취향을 저격한다. 이런 시스템을 보면, 지금까지 이 정도로 소비자들을 잘 파악하는 기업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다.

장: 바로 그런 레진의 지능적인 마케팅이 웹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지금까지 웹툰은 ‘무료로 보는 콘텐츠’라는 의식이 강했다. 이 때문에 만화의 저작권이 종종 무시되고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 하는 레진의 마케팅이 이런 인식을 개선시켜 나가지 않을까.


더 좋은 만화를 위한 시스템

김: 레진은 만화를 연재하고 있지 않더라도 계약 작가들에게는 지속적으로 고정고료를 지급한다고 한다. 만화만 그려도 생활이 유지되게 배려하는 것이다. 레진이 작가들에게 지급하는 고정고료는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이라 한다.

장: 고정고료는 작가들이 더 좋은 만화를 그리는데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음악가들에게도 음원 판매 수입 외에 꾸준히 저작권료가 발생하는데 만화는 원고료 외 부수적인 수입이 상당히 적은 편이지 않나. 단행본 발매나 영화·드라마로 재창작 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작권료 같은 부수적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김: 맞다. 그래서인지 요즘 웹툰을 보면 작가가 지나치게 영화나 드라마로의 각색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웹툰에서 통키의 ‘불꽃슛’ 같은 만화적인 설정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나(웃음). 레진이 지급하는 높은 고정고료가 작가들에게 다른 고민 없이 자신이 그리고 싶은 만화를 그릴 수 있게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독자들의 다양한 욕구 역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리_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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