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

 
“생협, 그게 뭔가요?” 최근 대학가의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에 대한 인지도는 거의 0에 가깝다. 심지어 대다수 학생들은 생협의 개념조차 알지 못했다. 대학 내에 외부 업체가 대규모로 입점하고 생협 조합원이 줄어드는 등 생협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 생협은 위기를 맞고있다. 실제로 지난해 세종대 생협은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았다.


학생들의 후생 복지를 위한 생협

생협은 1980년대에 대학 구성원들의 후생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조선대를 시작으로 생겨난 생협은 현재 34개의 대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생협은 학교 내 매점, 서점, 식당 등을 조합원들이 직접 관리하는 생활 공동체다. 조합원은 학생, 교수, 직원 등의 대학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이들은 직접 생협 매장에서 발생하는 가격, 품질 등의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이처럼 생협은 대학 구성원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보다 나은 생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 생협 조합원들은 공동 출자자이자 생협의 운영자고, 또 이용자가 되는 셈이다.

생협이 운영하는 매장의 제품은 시중 판매 가격보다 저렴하다. 평균적으로 10~20% 정도 저렴하며 최대 30% 까지도 할인된다. 실제로 숭실대 생협 매장에서 콜라캔은 800원인 반면 숭실대 내에 위치한 일반 편의점에서는 13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와 같은 가격의 차이는 생협이 필요한 물품을 타대학 생협들과 공동으로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교내에 입점한 단순 외부 업체와 생협 산하 업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수익금의 환원성에 있다. 외부에서 운영하는 식당, 매점의 경우 해당 업체로 수익이 돌아간다. 그러나 생협 매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장학금, 발전 기금 등으로 사용돼 학교로 재투자된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권종탁 사무국장은 “생협은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에게 물품을 제공하려고 노력해 수익을 최소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잉여금은 해당 대학으로 전액 환원한다”고 밝혔다.


생협의 경제적 위기 대학과 정부의 인식 변화 요구돼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등 외부 기업의 상업시설을 대학 내에서 보는 것은 낯설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서울대의 제2중앙도서관인 관정관에는 ‘롯데리아’, ‘할리스커피’, ‘파리바게뜨’ 등이 대거 입점했다. 관정관 설립을 돕기 위해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은 600억원을 기부했고 학교에서는 관정관 내 편의시설에 대한 임대권을 25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했다. 재단 측에서는 생협을 외면한 채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을 선택했다. 이를 비판하는 일부 학생들은 지난 5일 관정관 준공식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는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 내에서 외부 업체들과의 계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의 타이거플라자와 하나스퀘어, 서강대의 곤자가플라자, 이대의 이화캠퍼스센터(ECC) 등 다른 대학에도 대규모의 상업시설이 대거 입점했다.

일부 학생들은 프랜차이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강민규(고려대 14) 씨는 “학교 내 학생 식당은 맛이 없다. 평소 애용하는 프랜차이즈점이 가까이 있어 맛있는 음식을 빠르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 업체가 입점함에 따라 생협의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협 매장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권 사무국장은 “생협은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의 생활을 돕기 위해 마련된 조직이다. 그러나 대학이 생협을 외부 임대 업체들과 동등하게 취급하며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협의 본래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학들의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정부도 생협을 활성화하기 위한 관심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부터 국·공립대학교의 생협 매장에 대한 시설 사용료를 부과했다. 지난해 1월부터 계약이 만료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생협은 재산가액의 1%를 시설 사용료로 내야한다. 실제로 충남대 생협은 5천만원, 경상대 생협은 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용료로 지불했다. 권 사무국장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수입이 많지 않은 생협의 부담을 가중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생협의 내부적 위기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 필요

생협을 운영하는 주체자인 조합원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특히 학생 조합원의 가입률은 9년동안 절반이상 낮아졌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04년에 학생 조합원은 33.8%인 반면 2013년에는 16.6%다. 일부 대학들의 학생 조합원 수는 생협 직원 수보다 적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에 공시된 자료에서 창원대의 경우 2012년에 학생 조합원이 생협 직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생협에 대한 무관심이 원인으로 꼽힌다. 김주영(서울대 14) 씨는 “생협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조합원으로 활동할 만큼의 관심은 없다”며 생협에 가입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권 사무국장은 “과거에는 학생들이 학교와 사회에 대한 참여 의식이 높았다. 그러나 취업난으로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치중해 생협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는 생협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생협 정보지 및 소식지 발행, 대학 간의 연대 사업 등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효과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류송희 수습기자 dtp0214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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