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고려대 신임 총장이 ‘3무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3무는 출석부, 상대평가, 시험 감독의 의무를 없애겠다는 의미다. 대학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대학 강의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하위등급 대학의 재정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상황에서 염 총장의 정책은 학생들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3무정책 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겠다는 점이다. 염 총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좋은 학점을 기준으로 강의를 선택한다는 문제의식을 보이며 “학생들이 학점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의미”라고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선택하게 하는 것은 현재 대부분의 대학이 모든 과목을 일괄 상대평가로 전환하고자 하는 흐름에 역행하는 입장이다. 대학들이 성적평가방식을 변경하기 시작한 것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중 ‘성적 분포의 적절성’이라는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외대는 지난학기부터 상대평가 기준을 소급적용했으며 한양대는 성적표에 상대평가·절대평가를 구분해 표기하기로 해 학교와 학생이 마찰을 빚었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해당 평가항목을 삭제했다. 상대평가를 해야만 점수를 주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이유였다.

‘성적 분포의 적절성’ 항목은 삭제됐지만 대신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관리 노력’ 항목의 배점이 올랐다. 교육부의 정책에 학생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신영지(고려대 14) 씨는 “창의력·토론수업 같은 경우에는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 교육부에서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고 창의력·토론수업을 장려하면서 상대평가를 강화하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학생들은 점점 취업에만 무게를 두는 대학교육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우리대학 추민지(국제관계 14) 씨는 “교육부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동일하게, 입시와 취업을 동일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입시결과를 기준으로 고등학교를 평가하듯 취업결과를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한다. 고등학교와 대학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염 총장의 3무정책은 이러한 대학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염 총장의 인터뷰를 담은 조선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5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관심을 모으고 있다. A(23)씨는 “현실적으로 염 총장의 정책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면서도 “취업중심으로 바뀌어가는 대학 사회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윤진호 수습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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