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회비 없어졌는데 등록금은 그대로네?”

기성회계 폐지 후 대학회계가 시행되더라도 학생들은 바뀐 정책을 체감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회계가 도입돼도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공립대학은 등록금을 수업료와 기성회비로 이원화하여 징수했다. 대학회계가 시행되면 이 두 항목이 ‘수업료’로 통일된다. 등록금 납부자의 입장에서 보면 등록금 총액은 여전히 같기 때문에 사실상 기성회비의 이름만 바뀐 셈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수업료에 기성회비를 통합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이 실제로 기성회비를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공립대 학생들이 국가와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각 기성회는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재 강원대의 경우 128명의 학생이 12억 6800여만 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방송통신대의 경우 2012년 10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청구소송이 현재 375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소송 액수는 63억원에 이른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국가와 대학은 반환 주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이 천문학적인 금액은 기성회가 오롯이 부담해야만 한다. 이에 필요한 금액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대다수의 국공립대들은 기성회 파산을 검토하고 있으며 경북대, 안동대 등의 경우 이미 기성회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만약 기성회가 파산한다면 학생들은 자신이 납부한 기성회비를 일절 돌려받을 수 없다.

대학회계가 이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부분도 있다. 재정 심의과정에 학생위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변화됐기 때문이다. 국공립대학들은 대학회계 전반을 심의하는 ‘재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재정위원회는 11~15명의 당연직과 일반직 재정위원으로 구성된다. 일반직 위원의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반드시 교수와 직원, 학생위원을 각각 2명 이상 포함하고, 위원회의 과반수를 차지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예산 편성·집행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려웠으나 재정위원회를 통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재정위원회를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고용되려면 나가라? 그리고 내 수당은?"

한편 기성회계가 폐지됨에 따라 교직원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성회계 폐지 후 대안으로 등장한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재정회계법)’에 기타 지원금에 해당하는 급여보조성경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급여보조성경비가 폐지됨에 따라 국립대 교수들은 월 평균 125만원의 임금이 삭감됐고 기성회 직원을 비롯한 국립대 직원들의 임금 삭감 폭도 15~2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국대학노조 정책국장 김병국 씨는 “기성회계가 폐지되기 전에도 사립대와 국립대 간 교직원 임금격차가 상당했다. 그런데 급여보조성경비가 폐지됨에 따라 기존의 격차가 더욱 커져 매우 염려스럽다. 상황이 열악해져 우수한 교원확보가 더욱 힘들어 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행히 교수들의 임금삭감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전망된다. 입법예고된 교육부령에 따르면 교수들의 연구지원비는 월정액 방식의 지급방식에서 성과에 따른 차등적 지급방식으로 전환된다. 반면 조교와 기성회 직원의 급여보조성 경비는 앞으로도 지급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우리대학 기준 조교 월 44만3천원, 대학행정직 6·7급 상당 47만1천원, 8급 39만5천원)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재정회계법 부칙 4조 ①항과 ②항에 따르면 국립대학의 장은 기존 기성회 직원을 대학회계직원으로 신규 채용해야 한다. 대학회계직원으로 채용되고자 하는 사람은 종전의 기성회에서 퇴직해야 한다. 고용승계가 아닌 신규채용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고용 안정을 담보 받으려는 기성회 직원과 대학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기성회 직원 사직서 안에는 “일신상의 사유로 자유로운 의지에 의해 이 사직서를 쓰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렇게 사직의 책임이 기성회 직원에게 돌아가게 되면 기성회 직원들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기성회 직원들이 반발한다고 해도 신규채용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사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학회계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기성회 직원을 해임하고 다시 고용하는 것은 대학과 교육부가 기성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기성회비 반환 결정이 나면 반환에 대한 책임 소재가 중요해진다. 법원에서 반환의 주체를 ‘기성회’로 특정한 것과 관련해 대학과 교육부가 기성회와의 연결고리를 아예 끊으려는 것”이라며 기성회 직원들의 고용 불안정 원인을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정년퇴임 전에 퇴직금을 정산받는 문제 역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는 퇴직 직전의 임금이 가장 높기 때문에 경력을 쌓고 있는 중간에 퇴직금을 정산 받게 되면 정년퇴임시 받게 될 퇴직금보다 적은 액수를 수령하게 된다. 이에 기성회 직원이 떠안게 될 금전적 손실을 보상하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기성회계가 폐지된 이후 관련 세칙들이 아직 구비되지 않아 예산 집행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성회계가 대학회계로 전환됨에 따라 기성회 직원들의 처우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과 교육부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월 중으로 취업규칙(인사관리규정) 제·개정과 근로조건 개선 및 임금·단체협약에 관한 노사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역시 불투명하다. 기성회 직원의 사직이 법적으로 강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회계가 노사 간 신의를 바탕으로 진통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박소은 수습기자 thdms0108@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