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서울특별시 이야기路-골목길>

▲ 전시 포스터
사람들이 만화를 즐겨 보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을 푹 빠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만화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화는 한 번 손에 쥐면 다른 어떤 일도 귀찮게 만드는 책이다. 만화를 읽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시간이 지나도 기억 속에 오래 남겨지는 장면 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만화의 한 장면은 저마다의 기억으로 머릿속 깊은 곳에 각인돼 있다.

전시작품은 ‘재미路’와 ‘재미랑’에서 만날 수 있다. 명동의 정신없는 번화가를 지나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만화의 거리가 있다. 이 길의 이름이 ‘재미로’다. 재미로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만화가 주는 즐거움은 골목길을 친근하게 만든다. 골목 곳곳에서 <달려라 하니>부터 <미생>의 주인공들을 만나며 재미로를 따라가다 보면 재미랑이 나타난다. 재미랑은 재미로에 위치한 전시관이다. 재미랑의 전시주제는 ‘만화와 골목길’이다.

▲ 작가 김동현의 작품들
먼저 재미랑의 지하로 향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화려한 색깔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작품은 재미로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를 블록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알록달록하게 담아냈다. 수백 개의 블록들에는 전시를 감상한 사람들이 남긴 낙서들도 그려져있다. 작가 김동현은 만화와 골목길을 이어주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인 <호피인디언의 거미할머니 이야기> 역시 거미줄을 내뿜어 단절된 세상을 하나로 연결시킨다는 거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층 위로 올라가면 전시장 벽면에 골목길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이 보인다. 라인테이프를 이용해 재미로의 모습을 가상공간으로 나타낸 작품이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만화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전시 벽면 곳곳에는 재미로를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탠 70여 명의 웹툰작가들의 대표 캐릭터가 걸려있다. 재미랑의 전시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접하는 만화와 미술의 한 형태로 존재하는 만화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시장 한켠에서는 강연이 열리기도 한다. 강연을 맡은 만화가는 만화를 제작하는 과정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맨 위층에는 만화를 읽을 수 있는 만화 다락방과 옥상정원이 있다. 창밖으로는 골목길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책장 속에는 웹툰으로 보던 만화의 단행본들이 쌓여있다. 재미랑은 만화작가와 독자들을 이어주는 만화문화공간이다.
 
『칸, 페이지, 이야기』의 저자 베노와 페터즈에 따르면 누구나 기억 속에 한 개 이상 ‘잊을 수 없는 만화의 칸’ 혹은 ‘잊을 수 없는 장면’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기억 속의 칸과 장면은 실제와는 다르게 조금 변형됐거나 자신의 기억이 만들어 낸 형태로 남겨진다고 한다.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다면 상점들이 즐비한 명동의 번화가에서 벗어나 반대편으로 발을 돌려 재미로를 찾아가 보는게 어떨까?

 


글·사진_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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