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를 보지 말고 기울기를 보라’는 말이 있다. 좌표는 현재 상태를, 기울기는 변화의 정도를 비유한다. 그러니까 이 말은, 현재 아무개가 ‘어느정도 성과를 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어떻게 변화하는가’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현재는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될 점은 변화의 양상만큼 현재 상태도 중요하다는 사실일 것이다. ‘좌표를 보지 말고 기울기를 보라’는 말의 진의는 좌표를 무시한 채 기울기만 보라는 것이 아니라, 좌표만큼 기울기에도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우리대학의 등록금 경감 노력에 대한 교육부의 평가는 국가장학금 산정에도, 추후에 있을 대학재정 지원사업에도 반영될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교육부가 우리대학의 현재상태는 외면한 채 방향성만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대학은 반값등록금정책의 시행을 통해 학생들의 부담을 큰 폭으로 줄였다. 줄어든 부담은 서울시와 학교가 고스란히 지게 됐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우리대학은 등록금을 인상하지는 않았고 매우 낮은 수준의 등록금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의 노력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교육부에게 우리대학은, 등록금을 더이상 인하하지 않는 학교로 각인됐을 뿐이다.

교육부가 정말 ‘대학생 등록금 경감’의 수준을 평가하고자 하고, 이를 잘 이행하는 대학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다면 대학들의 현재상태, 즉 좌표를 무시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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