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만큼 대학가에 ‘어우러짐’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긴 힘들 것이다. 긴장할 필요는 없다. 어떤 나쁜 일이 터져 연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축제기간일 뿐이다. 많은 대학들은 ‘한데 모여’, ‘어우러져’와 유사한 슬로건을 내걸고 축제를 개최했다. 학교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 -아마 대부분 총학생회일 것이다- 은 학생들, 더 나아가서 대학 구성원들 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에서 ‘어우러짐’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 어우러짐을 원하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서울여대에서는 ‘축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이 내건 현수막을 강제 철거했다. 이들 총학생회가 생각하기에 청소노동자의 절규는 즐거운 축제분위기를 망쳐버리는 천 조각에 불과한 듯하다.

축제라고 해서 항상 즐겁고 달가운 일들만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대학 축제에서는 네팔 지진 구호를 위한 부스가 설치됐었다. 기쁘고 즐거운 일은 분명 아니지만 이들은 자연스레 축제에 녹아들었고, 덕분에 고통 받는 네팔의 사람들도 약간이나마 축제에 어우러질 수 있었다. 또 한 대학에서는 ‘토익책 멀리 날리기’, ‘자소서 딱지치기’ 등의 행사를 통해 대학생들의 애환을 달래주기도 했다.

축제가 단순히 ‘고통을 잊고 놀아보자’는 목적에서 이뤄진다는 생각은 너무도 일차원적이다. 우리들, 더 나아가 대학 구성원들과 그 밖의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멋지게 보듬어주는 것도 대학 축제의 순기능 중 하나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올해의 서울여대는 그러지 못했다. 이들의 ‘쓸데없는’ 노력은 사람들의 아픔과 어우러지지 못했고, 청소노동자들을 어우러짐의 대상에서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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