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중후군, 즉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직접 일을 담당하여 확산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분들이야 얼마나 노고가 많겠냐만, 여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전대미문으로 창궐하고 있는 전염병의 불구덩이 속으로 온 국민이 서서히 빠져들고 있는 상태이니 무지한 백성으로서 방역당국을 원망할 수 밖에 없다.

해방 후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이 우려되었을 때, 만일 저들이 쳐들어오면 이를 단호히 분쇄해서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정부는 결국 개전 3일 만에 한강다리를 폭파하여 서울시민을 버려둔 채 도망가고 말았던 아픈 기억을 우리는 갖고 있다. 짧게는 작년 길게는 60여 년 전의 정부의 무능을 오늘 우리는 다시 보고 있는 듯하다. 이로부터 미루어 보건대 만약에 국가의 존립을 위협받는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이 정부가 과연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온전히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면 나로서는 도저히 그렇다고 말할 자신이 서지 않는다. 이 불안이 나만의 것이라면 참으로 다행이겠지만 만일에 그렇지 않은 것이라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우리와 우리들 자손의 안녕과 번영을 영원히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고개를 돌려 작금의 우리의 정치현실을 보면 분열과 갈등이 판을 치고 있다. 입으로는 통합을 외치면서도 하는 행동들은 분열을 조장하고 갈등을 표면화하기 일쑤다. 저마다 국민을 내세우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작 정치적 이득이다. 만약 이글을 읽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그래 맞아! 그러나 나는 아니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 때문에 잠시 수면 아래로 잠복하고 있는 개정된 국회법 조항을 둘러싼 다툼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무능한 선조나 이승만 대통령이나 백성을 버리고 떠날 때에는 모두 눈물을 흘렸으리라. 그러나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마음과 함께 현실적인 대응능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최고책임자의 마음과 정성을 그대로 담아 현장에서 구현해 내려는 사명감과 능력을 가진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재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필요한 곳에 돈이 가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진행되는 업무와 관련하여 수정·보완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갖추고 항상 점검·독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이 정부에서는 잘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우선 필요하겠지만, 지금의 메르스 사태를 포함하여 정부의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증상으로 볼 때는 믿음보다는 의구심을 먼저 갖게 된다.

나는 국가적 의사결정이 한 사람에게 몰려 있는 현 정부제도에도 그 한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이제 정치도 분야별로 전문화 되어야 한다. 국민적 통합을 공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국가의 계속적 성장과 질적인 전환을 위한 새로운 정부형태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대환(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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