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동안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무역규모 세계 9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를 기록하는 등 선진국 문턱까지 도달한 우리나라가 최근 경제성장률 하락과 주력 산업의 저조 등으로 주춤거리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우리가 세계를 선도할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기술경쟁의 시대를 맞아 변화를 선도하는 국가나 기업은 언제라도 세계의 탑 순위로 올라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 급전직하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사전투자나 인력이 축적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 면에서 우리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따라 잡기가 쉽지 않다. 그 대안은 융복합에 있다고 본다. 창조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가되, 다른 한편으로 기존 기술이나 제품을 융복합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하여야 하는 것이다. 애플사의 스마트폰도 하이테크(high-tech) 기술을 개발했다기 보다는 나와 있는 기술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하이 컨셉트(high-concept) 제품을 만들어 성공한 대표적 융복합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도 그 구조나 운영방식에 다양한 서비스업 등을 융복합하여 새로운 산업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융복합 노력이 기득권에 의해 가로막히고 있다는 점이다. 융복합은 다른 분야와의 결합이나 협업 등 변화의 도입이 필수적인데 당사자들이 안정적 지위나 활동영역을 잃을까봐 기를 쓰고 반대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없고 우리의 주력업종들은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다소 위험은 있겠지만 변화를 통해 새로운 활동영역을 만들어내야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변화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암울해지는 것이다. 이는 비단 경제 분야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노동, 교육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기득권 지키기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이를 일부 양보하여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때이다. 과거에 한국인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단합하지 못한다고 해서 모래알이라는 자조적인 평가를 내리고는 했는데 지금은 속칭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미래지향적인 목표 자체를 거부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오히려 건물이든 다리든 설계 내용에 따라 그 기능을 충실히 다하는 모래알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기존의 사회구성원들은 물론 이제 사회에 발을 디디는 젊은 층에게도 우리 사회, 경제의 큰 목표가 제시되면 흔쾌히 협조하는 ‘쿨한 모래알’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우리 사회 각 부문이 본인에게는 다소의 위험요인이 되겠지만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변화를 허심탄회하게 수용하고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함께 도모해 나가는 구성원들로 가득 채워지길 기대해본다.


한만희(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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