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이 설 자리는 좁다. 파업에 대해 보도하는 뉴스들은 으레 ‘귀족노조’, ‘강성노조’란 단어를 달고 나온다. 노조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은 고작 ‘제 잇속 챙기려고 모두에게 피해주는 사람들’ 정도로 멈춰있다. 오죽하면 “대기업 강성노조가 휘두르는 쇠파이프가 없었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겼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까. “만약 내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좋은 일자리를 찾고 있다면 나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 비교된다.

우리사회는 노동자를 국가경제를 작동시키는 부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노동자는 쉴 새 없이 돌아야하는 부품인데, 노조는 생각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결국 국가경제가 어려워진 이유는 고장난 부품인 노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귀족’, ‘강성’이란 꼬리표를 붙이며 노조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노조에 대한 기묘한 비난이 넘쳐나는 지금, 우리 역시 또 한 명의 노동자로서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지난 서울시 버스파업에서 몇몇 사람들은 “시민들을 볼모로 잡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노조에게 ‘시민’이라는 허울만 그럴싸한 꼬리표를 하나 더 붙인 셈이다. 사실 우리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존중한다면 버스 파업으로 발이 묶여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 3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노조 나아가 노동자에 대한 성숙한 태도가 필요할 때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