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도 전농관 1층에서는 은은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전농관 리모델링 후 유리벽 너머로 형형색색의 인공광 아래에서 상추, 바질과 같은 식물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식물공장이란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온도 및 습도, 일조량 등의 환경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계획적으로 식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간이 식물공장을 만들었다

식물공장은 왜 필요할까  

식물공장을 처음 듣는다면 식물과 공장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에 낯선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식물공장은 영화 및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차용한 바 있는 비교적 친숙한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영화 <설국열차>의 식물칸이 그 예이다. 영화 속에서 빙하기가 찾아오자 사람들은 열차 안으로 대피하고 평생 그곳에서 살게 된다. 열차 안은 태양도, 토양도 없어 식물을 재배하기 부적합한 공간이다. 그러나 식물칸에서는 열차라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다양한 식물을 기르고 재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식물공장을 실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와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만 식물공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배와 사과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도시화로 인해 식물의 재배면적 역시 줄고 농촌 인구 감소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적 대안이 바로 식물공장이다.

식물공장은 장소의 환경과 주변의 기후, 더 나아가 기상이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식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식물공장을 건설하면 남·북극과 같은 극지방이나 사막 같이 식물이 살 수 없다고 알려진 기후에서도 식물을 생산할 수 있어 식량 공급이 수월해진다. 전체적인 식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식물공장이 제어할 수 있는 것에는 해충도 포함된다. 병충해나 전염병으로 인해 멸종하는 식물종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 우리대학 전농관 1층의 식물공장

전농관의 식물공장은 어떻게 운영될까

우리대학 식물공장에서 재배한 채소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교직원식당과 양식당 ‘아느칸’의 샐러드로 우리와 식탁 앞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식물공장의 다양한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대학 식물공장에서 재배된 채소는 식당 직원이 직접 받아 운반한다. 물론 전농관과 식당 간의 거리는 무척 가깝기 때문에 운반시 배출되는 매연은 최소화된다. 시중의 채소들이 멀리 떨어진 생산지에서 트럭으로 운반돼 매연 배출이 많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환경원예학과 유형주 연구원은 “식물공장은 농업과 거리가 먼 도시 안에서도 식물을 생산할 수 있는 ‘도시농업’이다. 더불어 도시에서 주변 식당으로 바로 전달돼 매연이 절감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며 “무엇보다 오늘 채취한 싱싱한 채소를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식물공장의 장점”이라고 그 의의를 말했다.

식물공장의 채소는 청정 유기농 채소다. 외부 환경과 ‘완전히’ 분리시켜 내부를 인공적으로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생물이나 곤충, 미세한 먼지가 일절 들어올 수 없다. 유 연구원은 “식물공장에 들어가기 전에 아무리 미세한 먼지라도 털어낸다”고 말했다. 병충해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은 농약을 뿌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식물공장은 안전한 채소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환경원예학과 이용범 교수는 “병충해나 농약에 오래 노출돼, 이에 대해 내성이 생긴 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인간이나 동물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식물공장은 식물과 관련된 온도 및 습도부터 배양액까지 그 식물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식물의 영양소와 맛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유 연구원은 “실제로 식물공장에서 채취한 상추가 시중의 상추보다 부드럽다. 적갓의 경우도 매운맛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식물공장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기간은 25일 정도로, 시중 상추의 50일보다 절반의 시간에 고품질의 상추를 생산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10일이면 썩고, 산 직후에도 금방 시들시들해지는 시중의 상추와 다르게 미생물이 없는 상추는 길게는 한 달까지 건강한 상태로 식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주로 뻗어가는 식물공장

앞서 말했듯 식물공장은 많은 장점을 지닌 기술이지만 현재는 저평가 받고 있다. 먼저 경제성이 무척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공적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최첨단 설비 구비 등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이지만 채소를 팔고 남는 마진은 높지 않다. 실제로 식물공장을 짓는데 드는 비용은 억 단위이지만, 식물공장의 마진은 천만원 단위다. 또한 전기료 등의 운영비용이 많이 들며 자동화가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인건비 역시 많이 든다. 이용범 교수는 “식물공장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아직 연구단계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전기 효율이 높은 인공광을 개발하는 등 미래에 기술이 발전할 것을 생각해 봤을 때 경제성이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또한 노동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노인 분들과 같은 유효인력을 투입하기에도 적합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식물공장은 에너지 집약 기술이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온실가스가 많이 나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전기 사용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변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식물에게 공급해 주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다른 식물공장의 경우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을 충당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기술적 문제점은 많지만 식물공장은 많은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다. 이 교수는 “미래에는 다양한 형태의 식물공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약용식물이나 화장품의 재료가 되는 식물과 같이 고부가가치 식물을 만드는 식물공장도 나타날 것이다. 이에 이 교수는 “약용식물은 재배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고 환경 조건에 까다로운 식물이지만, 연구를 통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 단기간에 안정적으로 재배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천국제성모병원의 경우 식물공장을 조성해 약용식물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식물공장은 우주나 해저와 같은 아직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을 개척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마션>은 이러한 기대를 실현한 영화다. <마션>의 주인공은 화성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식물을 키우며 살아갈 궁리를 한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식물을 키우는 공간은 간이 식물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주에서 식물을 재배한다는 것은 상상 속의 일이 아니다. 이 교수는 “포화 직전 단계인 육지에서 해저나 우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농토가 적은 네덜란드의 경우 이미 해양 농업을 연구시행 중”이라고 가능성을 내비췄다.

식물공장의 규모나 자금이 허락된다면 현재 생존하는 모든 식물을 환경에 관계없이 생산해 낼 수 있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이 교수는 “매년 곡물 및 식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만큼 불확실한 미래의 먹거리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확실한 기술이 식물공장”이라며 “현재 경제성 등 때문에 저평가 받고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았을 때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역설했다. 


글 · 사진_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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