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생각보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우리는 졸업한 후 몇 십 년 동안은 ‘노동자’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노동자는 땡볕에서 힘들게 일하는, 소위 3D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책상에 앉아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노동자다. 또한 우리는 고용주가 될 확률보다 노동자로 살아갈 확률이 더 크다.

그렇다면 노동을 목전에 둔 대학생들은 노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서울시립대신문은 우리대학 학생들의 ‘노동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나흘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총 331명의 학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당위적인 측면에는 공감, 뒷받침할 지식은 부족

설문 결과 우리대학 학생들의 노동권 인식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노동권 인식 수준을 0~10점으로 나타내달라는 질문에 대한 결과로 평균 3.3점이 나왔다. 이런 낮은 노동권 인식 수준의 형성에 노동 교육의 부재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노동권에 대한 교육을 받았냐는 질문에 76.4%가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자신이 ‘근로 중 부당한 처우를 당한다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겠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0%가 ‘고용노동부’라 답했다. 실로 고용노동부에서는 부당 처우를 당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노동권익센터 이정훈 정책연구원은 “노동권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고용노동부를 통해 근로부당 처우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연 학생들이 노동부를 통한 조력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어떤 문제를 어디에 구체적으로 요청해야 하는지에 관해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설문 결과를 분석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 류한승 팀장은 “대학 수준이 아니라 중 · 고등 수준에서 갖춰야 할 상식이 세 가지 있다. 근로계약, 부동산, 대출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부당하게 자기 몫을 뺏기거나 침해당하지 않기 위해 꼭 배워야 하는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필요성에 동의하는 학생들

다수의 학생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약 80%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전혀 필요하지 않다’라는 항목에는 그 누구도 응답하지 않았다(0%). 이는 노조의 필요성에 학생들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과 노조의 필요성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학생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만일 귀하가 입사한다면 노조에 가입할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도 전체 응답자의 61.3%가 긍정응답을 했으며, 마찬가지로 ‘만일 귀하가 사장이라면 귀하의 사업장에 노조가 생기는데 동의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도 전체 응답자의 64.6%가 긍정응답을 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과반수 이상이 노조의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 합의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언론에서 노조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1%가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정훈 연구원은 “학생들이 노조를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만큼 나쁘다고 인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는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21.4%밖에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파업 필요성에 공감 공공부문에서는 자제해야?

대다수의 학생들은 파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8.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파업은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이며,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파업을 통해 기업과 협상의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제도다. 주목해야 할 것은 파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학생은 전체 응답자 중 단 한 명뿐이라는 것이다. 파업을 지양하는 편이 좋다는 학생들은 여럿 있지만 금지해야 한다는 학생은 거의 없다.

반면 ‘택시, 버스, 지하철, 병원 파업 등 공공영역의 파업에 대해 어떻게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공공분야의 파업은 국민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가능한 자제해야 한다’는 응답을 한 학생이 40%에 육박했다. 일반 파업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80%가 필요성을 인식했지만, 공공분야 파업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40%가 지양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정훈 연구원은 “교통, 전기, 수도 등의 공공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학생들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매일신문에서 작성한 자신의 칼럼에서 “독일 유학 중 언론에서 노조를 공격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곳에서는 시민들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존중해준다. 버스 파업으로 발이 묶여도 불평 한마디 안 한다”며 공공영역에서도 파업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식은 있지만 지식 없는 노동권, 더 큰 문제 일으킬 수 있어

이정훈 연구원은 “해당 설문은 노동관련 교육 부재가 노동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생들에게 파업의 발생원인과 과정, 결과에 대한 내용, 노조의 역할과 기능, 노동권의 기본적인 내용과 노동권의 보호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시급하며, 균형적인 시각과 비판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자기학습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학생들이 노동자들이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노동권에 대한 인식만 있을 뿐 구체적인 지식이 갖춰지지 않는 것 또한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2009년 명지대에서 무기계약직 행정조교들이 대거 해고된 사건이 있었다. 해고된 이들은 약 140명으로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하는 데 부담을 느낀 명지대 측에서 정리해고를 한 것이다. 이들은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시 명지대 총학생회에서는 이들을 채용하면 등록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행정조교들의 복직을 반대했다. 실제로 행정조교들의 채용과 등록금 인상은 관련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식의 미비로 엉뚱한 상황을 문제 삼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에 대해 무지한 우리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사례다. 삶 전반에서 노동에 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박소은 기자 thdms0108@uos.ac.kr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 사용자: 근로자의 근로를 제공받기 위해 근로자를 지휘 · 감독하고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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