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불합리한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일부 학과에서 행사 불참비를 걷고 있다는 의혹이 우리대학 온라인커뮤니티 ‘서울시립대 대나무숲(이하 대숲)’을 통해 제기돼 논란이 됐다.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불참비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불참비에 대해 거세게 비난했고, 이에 불참비를 걷는 학생대표자는 불참비를 걷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답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불참자 돈 내라는 학생회

취재결과 기계정보공학과·음악학과·환경조각학과에서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에게 불참비를 걷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계정보공학과 학생회는 지난 9일에 열린 개강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불참비를 걷었다. 개강총회가 열리기 전 기계정보공학과 학생회는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개강총회에 참석하는 학생은 1만원, 참석하지 않는 학생은 5천원을 내야한다”고 공지했다.

음악학과 학생회는 지난 학과 총MT 참가자에게 2만 5천원, 불참자에게 1만원을 걷었다. 또한 학생들에게 엠티에 불참하려면 학과장과 면담을 하고 사유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함께 전달했다.

환경조각학과 일부 학년에서는 대면식 행사에 불참비를 걷었다. 신입생을 제외한 참가자에게 1만 5천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7천원 가량의 불참비를 걷었다. 환경조각학과 A씨는 “각 학년대표가 대면식에 불참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불참비를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예비대학불참비, 신입생환영회 불참비를 걷었고 올해는 대면식 불참비를 걷었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은 대숲을 통해 불참비에 대해 비판했다. 학생들은 “학과 행사에 대한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유를 줘야한다. 불참비를 통해 이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 “불참비를 통해 참여를 독려하려는 방법은 잘못됐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불합리한 제도를 강요하는 상황” 등의 댓글을 남기며 거세게 비판했다.

불참비, 참여 안 한 학생 탓?

각 학과마다 불참비를 걷는 이유는 달랐다. 기계정보공학과 학생회 장호성 회장은 “지난해부터 학과 행사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신입생을 제외한 재학생에게 불참비를 걷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환경조각학과 A씨는 “학과 행사에 참여하는 인원이 적으면 참석자가 내는 부담이 커진다. 참석자의 부담을 줄이고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불참비를 걷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조각학과 학생회 표인수 회장은 “학생회에서는 불참비를 걷지 않는다. 불참비를 걷는 행사는 학생회 주관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회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음악학과 학생회 길사무엘 회장은 불참비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지난 16일 페이스북 음악학과 공식페이지를 통해 엠티 불참비를 걷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음악학과 총 학생 126명 중 약 30명의 학생들이 학과 행사에 불참을 통보했고, 이로 인해 약 75만원의 적자가 발생해 불참비를 걷는다는 내용이었다. 음악학과 회장은 음악학과 공식페이지를 통해 “불참비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과 운영과 개인학생의 의견에 괴리가 있기 때문에 학과 총회를 열어 불참비를 걷을지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음악학과 학생총회가 열렸고 찬성 61명 반대 31명으로 불참비 징수가 결정됐다.

그러나 음악학과 학생회는 MT 참가자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를 하지 않고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든 학생들이 MT에 참여할 것을 가정한 것이다. 음악학과 B씨는 “음악학과 학생회는 수요조사 없이 예산을 집행하고, 그 책임을 불참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학생 다수가 동의한다고 해서 소수자의 의견을 배제하고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공학부 학생회 이승훈 회장은 “불참비는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학생자치에서 척결돼야 할 악습이다. 학생회는 잘못된 관행을 이어나갈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지적과 의견을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 제기 어려워, 해결은 미지수

불참비 논란 이후 해당 학과들의 대응은 상반됐다. 기계정보공학과는 불참비를 더 이상 걷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계정보공학과 학생회 장호성 회장은 “학생회는 학생들의 입장을 존중해 불참비가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학생총회를 열어 불참비를 없애는 방향으로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음악학과와 환경조각학과에서는 불참비에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학과 내에서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환경조각학과 A씨는 “학과 내에서 불참비에 대한 논의는 따로 없다. 매년 관행적으로 불참비 제도가 이어져 오고 있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불참비에 대해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음악학과 B씨는 “MT 불참비뿐 아니라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때 패널티를 주며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참비가 쉽게 없어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오수빈 대의원회의장은 “학부 과에서 일어난 사안에 대해 대의원회가 직접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여러 학과에서 일어난 불참비 사태에 대해 학생대표자들과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호인 총학생회장도 “학생들에게 행사 참여에 대한 강압이 자행되는 학생자치의 현장을 목격하게 돼 안타깝다. 학과 내의 문제에 간섭하기 어렵지만 강제적인 참여가 당연시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미진 기자 mij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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