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부조리한 국정운영에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며 동맹휴업을 했다. 우리대학 역시 학생투표를 거친 후 지난 2일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동맹휴업을 선포했다. 학생들은 강의실 문 밖으로 나섰다. 동맹휴업은 대강당에서 시행한 ‘박근혜 정권 퇴진 문화제’(이하 박근혜 문화제)로 이어졌다. 박근혜 문화제는 ‘도전! 하야벨을 울려라’(이하 하야벨)로 시작됐다.

▲ 학생들이 박을 터트리기 위해 콩주머니를 들고 모이고 있다.
단상 위에서 학생들은 박근혜 게이트를 주제로 한 문제를 풀었다. 비서관들의 범죄, 세월호와 7시간, 최순실의 국정농단, 미르스포츠재단, 국민연금의 부당한 삼성지원, 정유라의 부정입학 등 박근혜 정권 아래 자행된 수많은 범죄 행위가 언급됐다. “대국민 담화를 기사로 봤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자기가 잘못했다면 떳떳이 인정하고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중간중간에 나왔다. 하야벨에서 우승한 강성진(행정 16) 씨는 “행사에 참여해서 뜻을 국민과 함께 하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를 듣고 권력이 어디서 온 건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양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벨에 참여한 학생들은 거리에서 이어지는 촛불 시위에서 빛을 밝혀나갈 LED촛불을 받았다.

학생 총 투표에서 동맹휴업에 찬성한 학생 수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박근혜 문화제의 시발이었던 하야벨에는 14명의 학생만이 참여했다. 3222명이 찬성한 동맹휴업 투표 결과와 괴리가 컸다. 신호인 총학생회장은 “오후 시간에 행사를 개최했으면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전에 학생들이 집단으로 휴업을 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30분 간의 점심시간 후 박근혜 문화제는 ‘퇴진 과거시험’로 이어졌다. 학생들의 자유발언을 필두로 박근혜 대통령을 주제로 한 여러 작품들이 대강당에 울러퍼졌다. 신현택(도행 11) 씨는 ‘대통령의 고산병’이라는 자작시를 읊었다. “외교를 위해 비아그라까지 먹으며 자기를 희생하는 대통령님. 해발 높은 국가에서 얼마나 어지러웠을까요. 그런데 대통령님 청와대에서 고산병을 앓지는 않으신가요. 국민이 올려다 드린 그 대통령이란 자리. 이름 그대로 큰대자가 있는 그 대통령이라는 자리. 너무 높지 않으십니까. 제 생각에는 에베레스트산보다 더 높은 자리 같은데. 국민의 촛불이 지금도 부족한 대통령님의 산소를 태우기 전에. 퇴진하십시오. 대한민국의 고산병은 비아그라로는 낫지 않을 겁니다.” 학생들의 발표는 줄줄이 이어졌다. 하지만 같은 시간 대강당에서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여전히 20명 남짓이었다. 학생들 대신 빨간 빈 의자로 대강당이 가득 찼다.

학생들은 대강당을 나섰다. “학생 총투표를 통과한 만큼 오늘은 분노의 함성을 마음껏 내지릅시다. 한 번 소란스럽게 행진합시다.” 총학생회장은 행진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독려했다. “하! 야! 박근혜는 퇴진해. 하! 야! 박근혜를 구속해.” 대강당에서 출발한 학생들은 줄줄이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외치며 교내를 행진했다. 대열의 맨 앞에는 중앙 풍물동아리 ‘얼씨구’가 있었다.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교정을 가득 채웠다. 소란스러운 행진은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학생들의 행진을 지켜보던 동네 주민 유명종(55) 씨는 “민주주의이기에 학생들이 행진을 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만큼 빨리 정권퇴진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풍물소리와 함성소리로 수업 중인 학생들을 불렀다. “경영대도 함께하자.” 미래관 앞을 행진하며 학생들은 해당 건물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을 불렀다. 학생들의 외침은 장소를 옮기면서 계속됐다. “시대학생 동참하자. 학업중단 함께하자.” 학생들의 함성은 교내 곳곳으로 뻗어갔다. 행진에 참여한 학생들의 수도 100여 명 가량으로 점차 늘어났다.

행진은 출발지였던 대강당 앞에서 마무리됐다. 대강당 앞에는 박 터트리기를 위해 박 조형물과 콩주머니가 준비돼 있었다. 학생들은 하나둘 손에 콩주머니를 쥐기 시작했다. 콩주머니는 허공을 가르며 박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곧 박이 터지면서 오방색의 풍선과 함께 ‘박근혜는 퇴진하라’라고 쓰인 천막이 밖으로 나왔다. 학생들의 큰 함성과 함께 박근혜 문화제는 끝이 났다.

동맹휴업과 한 쌍으로 진행된 박근혜 문화제에 학생들의 전반적인 참여는 저조했다. 교내 행진을 제외하고는 동행휴업 찬성에 투표한 인원의 1%미만이 참여했다. 86%의 찬성과 1%의 참여. 혼란스러운 시국에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동맹휴업은 그 의의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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