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희대, 한양대, 고려대 총학생회가 서울시청 앞에 모여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기숙사 5만 실(수도권 3만 실) 증축을 말하며 현재 서울시의 시정이 현 정부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양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11.4%, 고려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10.4%에 그친다. 10명의 학생 중 단 한 명의 학생만이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사학진흥재단은 행복 기숙사 설립을 지원해왔다. 대학 내 부지에 기숙사를 건립해 대학생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높은 기숙사비로 인한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 근처 주거시설을 운영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행복 기숙사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14년 고려대학교는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개운산 내 학교부지에 기숙사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안을 성북구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개운산 내 부지를 족구장, 배트민턴 장 등으로 이용해오던 주민들은 ‘환경파괴’라고 주장하며 기숙사 건립을 반대했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성북구청은 ‘사전 심사, 보류’라는 이름으로 매년 기숙사 건립 심의를 미뤄왔다. 고려대 이승준 총학생회장은 “주민들에게 탄원서를 받았는데 대부분 기숙사 건립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원룸 업자와 같이 기숙사 건립과 이해관계에 놓여있는 분들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구청이 민원을 받는 입장에서 갈등을 피하고 싶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있다”며 구청의 태도를 비판했다.

기숙사 건립과 이해관계에 놓인 주민들의 반대로 기숙사를 세우지 못하고 있는 학교는 고려대뿐만이 아니다. 작년 한양대는 기숙사 신축 계획안의 심의를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신청했다. 그러나 올해 6월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계획안에 대한 ‘심의보류’를 결정했다. 지대가 높은 곳에 큰 사각형 모양의 기숙사가 세워지면 위압감이 들어 미관상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러나 한양대 이경은 총학생회장은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의 반대일 것”이라며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 심의를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고려대와 한양대 측은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계획안을 보완하는 중이다. 고려대는 신축 계획안에 산림복구와 주민들의 기숙사 내 체육시설 이용 가능 등의 사안을 추가했다. 고려대 이승준 총학생회장은 “학교는 반대할 이유가 사라졌으니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양대는 기숙사의 건물 층수를 낮추는 방향으로 안을 보완 중이다.

주민들과의 갈등을 완만히 해결해 기숙사를 설립한 사례도 있다. 주민들과 기숙사 건립을 두고 갈등 상황에 있던 세종대는 지난 2015년 주민들과 ‘상호 협력과 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르면 세종대, 광진구청, 군자동 주민센터, 군자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대학 근처 주택들의 공실 정보를 공유해 주택에 입주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입주를 도와 주택의 공실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또한 주민 대상 무료 도서관 개방, 지하주차시설 이용 등의 편의를 제공한 결과 주민들과 기숙사 건립에 대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시청 앞에서 면담을 요청했던 3개 대학에 공문을 보낸 상태다. 서울시는 ‘대학 기숙사 관련 문제를 충분히 잘 이해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어려운 주거환경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경희대와 고려대의 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구청에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고, 한양대의 기숙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성은솔 기자 819qn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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