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가수들은 무대위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로 팬들을 사로잡는다.
얼마 전 무한도전 토토가에서 H.O.T. 특집을 방영했다. 마지막 콘서트를 마친지 17년이 지났음에도 16만 명이 신청하면서 그들은 여전한 인기를 보여줬다. 1990년대 후반, 그들의 인기는 지금의 워너원, 방탄소년단에 견줄만 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특히 그 시절의 팬들은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오프라인에서 그들의 팬심을 표출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열정은 실로 엄청났다. 콘서트에 가기 위해 학교를 조퇴하는 학생들로 인해 전국적으로 조퇴금지령이 발령될 정도였고 팬클럽 임원이 되기 위해 혈서를 쓰는 사건도 있었다. 이렇게 열정적인 팬덤에게는 무대 위의 아이돌이 있었다. 아이돌은 몇 년간의 연습기간을 거쳐서 화려한 춤과 시선을 끄는 노래로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다. 1997년, H.O.T.에 열광했던 그들이 2018년에 다시 모여 하얀 풍선을 흔들고 눈물 흘리는 모습은 H.O.T.가 여전히 그들 속엔 살아있었음을 보여준다. 아이돌은 평범한 가수가 아닌 그 시대 청소년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그들의 변천사는 곧 젊은층 대중문화의 역사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H.O.T와 젝스키스
1990년대 후반 1세대 아이돌의 양대 산맥 H.O.T.와 젝스키스가 등장하며 아이돌의 역사가 시작된다. 아이돌의 세대를 분류하는 데 있어 엄밀한 기준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아이돌을 1세대,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이들을 2세대, 2010년대부터 지금까지 등장하고 있는 그룹을 3세대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세대 사이에는 아이돌 음악이 주춤하고 다른 음악 장르가 떴다는 특징이 있다. 팬덤과 스타는 있었지만 현대적 의미의 아이돌은 그들이 처음이다.
H.O.T.와 잭스키스의 등장은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응원봉, 풍선, 그룹 고유의 색 등 현대적 의미의 팬덤 문화가 이때 등장했다. 이 당시의 아이돌 그룹의 특징은 사회비판적 기사나 희망찬 노래 등 10대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노래를 발매했다는 것이다. 사랑노래도 많았지만 다양한 주제의 노래를 출시하려고 노력했다. 가령 H.O.T.의 전사의 후예는 어른들에 저항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반대로 빛은 사이좋게 지내면 싸울 일도 없다는 10대의 순수하고 낙관적인 시선을 노래한다.
또한 당시의 시대적 특징으로 자신들이 직접 음반에 참여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요즘에도 아이돌이 아티스트 이미지를 얻기 위해 자작곡 참여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당시는 특히 가수가 자신의 곡을 쓰는 건 기본 소양으로 여겨졌다. 아이돌을 진짜 가수가 아닌 회사에 의해 만들어진 인형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는데 이런 이미지를 벗기 위해 H.O.T.는 3집부터 멤버들이 앨범에 참여하는 비중을 대폭 늘렸다. 젝스키스도 4집부터 자신들의 자작곡을 포함시키곤 했다.
양대 산맥이던 H.O.T.와 젝스키스가 히트를 치며 아이돌 그룹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고 시장은 포화상태가 되었다. 기존의 정통파 아이돌 컨셉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워지자 후속주자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야 했다. 남성 그룹 ‘신화’는 개인 활동을 일체 금하던 기존의 금기를 깨고 개인활동과 단체활동을 병행하며 그룹보다 개개인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게 했다. 다른 남성 그룹 ‘god’는 아이돌 이미지를 탈피한 아이돌이었다. 이름과는 달리 친밀하고 평범한 이미지를 주면서 동시에 뛰어난 가창력으로 팬들에게 어필했다.

‘자꾸만 생각나’ 후크송의 유행
2000년대 초반이 되면서 아이돌 장르가 주춤하고 발라드 노래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특히 SG워너비를 필두로 한 소위 ‘소몰이창법’이 가요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소몰이창법이 남용되며 비슷한 스타일의 노래들이 범람하자 질린 대중들은 다른 장르를 찾아듣기 시작한다. 발라드 장르가 떠난 자리엔 다시 아이돌 노래들이 등장했다.
2세대 아이돌의 정체성은 ‘후크송’이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로 대중성을 공략한 노래들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여성 그룹 원더걸스는 반복되는 멜로디와 강렬한 포인트 안무가 특징인 ‘Tell Me’로 선풍적인 텔미 열풍을 이끌었다. 같은 해 등장한 소녀시대는 개성강한 멤버들의 모습을 강조했고 특히 비주얼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소녀시대는 역대 걸그룹 가운데 가장 강한 임팩트를 준 것으로 평가받는데 ‘삼촌팬’을 필두로 한 거대한 팬덤은 남자들도 아이돌에 열광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남성 그룹 ‘빅뱅’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노래로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현재 최고의 셀레브리티로 평가 받는 빅뱅의 멤버 G-Dragon은 대부분의 작곡에 참여했고 발매하는 앨범마다 히트를 치고 있다. 빅뱅에 주목할 점은 2006년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숱한 위기상황을 겪었고 앨범마다 2년 정도의 공백기를 거쳤지만 음악성을 대중들에게 인정받으며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빅뱅이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되는 점은 음악 뿐만 아니라 패션, 드라마 등 한국의 대중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아티스트적 면모와 패션을 리드하는 능력은 이후 등장한 3세대 아이돌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3세대 아이돌로의 세대교체가 이루어 졌는데 2000년대 후반 가창력이 아닌 후크송과 외모로 승부하는 아이돌이 범람하며 실력파 가수에 대한 갈증이 커졌기 때문이다. ‘슈퍼스타 K’와 ‘나는 가수다’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며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와 일반인들이 발굴되었다. 이들의 노래가 음원차트에 등장하였고 기존의 2세대 아이돌들이 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비주얼과 안무뿐만 아니라 기존의 아이돌들과 다른 특색이나 다재다능한 능력이 필요했다.
2012년 데뷔한 엑소는 초능력이나 ‘으르렁’같은 독특한 컨셉과 노래로 인기를 끌었다. 엑소는 또한 뮤비에도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나오는 뮤비들이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고 각 영상들에는 다음 뮤비의 복선이 숨어있는 식이었다. 뮤비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는건 새로운 팬들의 새로운 컨텐츠로 발전했다.
2013년 등장한 방탄소년단은 빅뱅처럼 프로듀싱과 음악성으로 승부했다. 대부분의 곡에 멤버들이 참여하고 아티스트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음악적인 면에서도 스펙트럼이 넓은데 사랑노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음악을 선보인다.

걸그룹은 2015년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016년 레드벨벳, 트와이스, 그리고 블랙핑크 등 새로운 걸그룹들이 히트곡을 내면서 다시 부활했다. 걸그룹들의 특색은 기획사 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SM의 걸그룹은 특이한 컨셉을 자주 시도하고 매번 변화를 준다. YG는 힙합음악을 기본으로 걸크러쉬한 모습을 보여주며 JYP의 트와이스는 밝은 모습과 비주얼로 인기몰이를 하고있다.


윤유상 기자 yys61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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