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청원이 등록됐다. 해당 청원은 2월 5일 마감된 시점에서 국민 213,219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달 내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 수석비서관, 관계부처 장관이 직접 답변을 내놓는 제도다.

해당 청원의 내용은 ‘아직 판단이 무분별한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여성 비하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양성평등,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배우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로 요약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교사 636명 중 59.2%가 여성에 대한 부정, 비하 등을 포함하는 개념인 ‘여성혐오’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페미니즘 교육은 체계적인 인권 교육과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올해 교육부 예산 12억을 활용해 선생님들을 위한 교수, 학습자료를 개발할 것”이라고 답했다.

▲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에 대한 국민청원이 정부측의 답변을 받게 된 가운데, 이에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제작하며 이를 초·중·고등학교 성교육의 지침서로 삼도록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성교육 표준안은 생물학적인 성과 다양한 젠더에 대한 고려 없이 이성애와 관련된 내용만으로 성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해 많은 논란을 샀다. 한편, 지난해 서울특별시에서는 학생들 간의 인권침해 발언의 강도가 심해지자 학생인권조례를 일부 개정해 “학교 설립자·경영자, 교장·교직원, 학생 등이 차별적 언사·행동, 혐오적 표현으로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인권조례 자체는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일부 대안학교에서는 국민청원이 요청한 페미니즘 교육을 실제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연구한 성공회대학교 김수자의 ‘논문’은 ‘십대들은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일시적인 유행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살아온 시대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시대적 변화를 예견한다’고 말한다. 이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초·중·고 학생들에 대한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성을 암시한다. 같은 연구는, 페미니즘이 ‘주변, 타자, 소수자, 비정상을 만들어내는 권력을 해체·재구성하려는 이론이자 실천’이며 ‘남성적 가치에 기반한 전통적 인식론을 비판, 대안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페미니즘을 새로운 교육의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진정한 성평등을 위해서는 ‘남과 여’의 이분법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성정체성을 인정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 성소수자의 차별과 배제에 관한 연구 : 페미니즘 관점을 중심으로’는 ‘성소수자의 차별과 배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학교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것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로는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동성애, 젠더, 섹슈얼리티에 관련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회에서 소수자를 비정상으로 대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에서의 다양성을 인정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이 마감된 2월 5일,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교육 의무화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등록되기도 했다. 청원은 종료될 때까지 국민 10,740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은 ‘아이들의 욕설, 비속한 단어는 교사의 계도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올바른 언어생활과 양성평등교육을 행하고 있다’, ‘페미니즘은 내부의 의견통일을 이루지 못하는 등 학문적 체계화에 실패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사안이 국민들 사이에서 공통의 이해를 이끌어내려면 서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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