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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광화문 광장, 도시·역사·자연이 만나는 곳 김영민 교수 서면인터뷰 전문
최강록 기자  |  rkdfhr123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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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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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주최한 ‘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성 공모전’에서 우리대학 조경학과 김영민 교수와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 ㈜유신, 선인터라인건축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작품인 ‘깊은 표면(deep surface)’이 당선됐다. 이번 공모전에서 당선된 팀에게는 새롭게 조성될 광화문 광장의 설계권이 주어졌다. 김영민 교수와의 서면인터뷰 전문을 여기에 싣는다. -편집자주-

 

 

이번에 새롭게 바뀌는 광화문 광장의 의의를 간단히 설명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영민 교수(이하 김 교수): 이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2009년에 20차선의 세종대로를 12차선으로 축소하면서 광화문 광장이 조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조성 당시부터 문제로 지적되던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역사복원의 문제입니다. 광화문 광장은 이름이 말해주듯이 경복궁과 광화문과 하나로 연결되는 공간이며 일제 강점기 때 훼손된 상징적 역사성이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광화문에서 이어지는 육조거리라든가 어도, 해태상 등의 역사적 공간은 제대로 복원되지 못한 채로 광장이 조성되었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김기호 교수님이 주도하신 서울역사도시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한양도성 지역의 정체성을 회복할 틀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역사성의 복원이 새로운 광장의 중요한 방향이 됩니다.
 둘째는 공간적인 구조의 문제입니다. 2009년의 광화문 광장은 양측에 6차선씩 남기고 조성됩니다. 결과적으로는 주변의 도시적 맥락과는 분리된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비판을 받게 됩니다. 서울시가 보행 중심의 도시로의 전환은 선언하면서 과감히 서측의 차도를 없애고 세종문화회관 등의 건물과 직접 연결이 되는 광장을 조성하려는 계획이 제안되면서 이번 설계안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셋째는 이용과 관련된 프로그램의 문제입니다. 지금의 광화문 광장을 가보시면 접근이 어려운 광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바닥분수, 잔디밭, 문화시설, 동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들어와 있지만, 서로 상관없이 각자의 목소리만 내며 혼란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지하에도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나 지하철 공간, 그리고 건물의 지하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아 숨겨져 있는 느낌입니다. 제대로 된 도시의 광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잘한 프로그램들을 더하고 바꾸는 것보다 오히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기존의 광장이 안고 있었던 왜곡된 역사의 복원, 공간적 구조, 기능적 프로그램의 문제를 해결하자면 부분적으로 고치기보다는 새로운 광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일부의 전문가나 행정가들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사실 광화문 광장이 조성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광장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지난 3년간 광화문 포럼이라는 역사, 문화, 공간 분야의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모여 지속적인 논의를 해왔고 그 결과로서 새로운 광장에 대한 기획이 지금의 새로운 설계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광화문 광장에 대해 그곳에 광장이 있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광화문에 광장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 교수: 원래 우리의 도시에는 광장이 없었습니다. 광장은 서구 도시의 전통에서 발전한 독특한 공간입니다. 그리스의 아고라, 로마의 포럼, 중세시대의 광장이 오늘날 서구의 도시 구조에 그대로 반영이 되어 현대적으로 발전된 공간이지요. 우리의 도시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도시 광장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광장의 개념을 대신했던 것은 가로입니다. 단적으로 유럽의 시장이 광장에서 열린다면 우리의 전통시장은 가로를 따라 들어선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의 상징적 공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도시의 조성은 유교적 전통의 주례를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유교적인 도시에서 중심적인 공간은 길입니다. 조선이 건국되었을 때 정도전이 잡은 계획도 그러하였습니다. 경복궁 앞에 관청들이 들어선 육조거리가 국가와 도시의 상징적 공간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적인 도시의 구조나 문화를 생각하면 광장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틀렸다고만은 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유교적 전통을 따라서 조선 시대의 한양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은 이미 19세기 말부터 근대적 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하였고, 이때 근대화는 서구화와 같은 의미였습니다. 자연히 과거의 가마와 사람들이 다니던 길은 차도가 되었습니다. 육조거리나 종로 같은 대로일수록 많은 차가 다닐 수 있는 광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보니 오히려 예전의 사람 중심의 길이 만들어내던 다양한 도시적 활동과 문화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우리 문화에서 대로가 제공해주던 공적 공간의 역할은 차도보다는 오히려 우리에게 없던 광장이라는 공간과 더 가깝습니다. 물론 광화문 광장이 보행자 중심의 공간이 된다고 해서 길의 성격이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형성하는 도시적 구조는 서구의 도시와는 다릅니다. 서구의 광장은 정방형의 건물로 둘러싸인 공간이 대부분입니다. 광화문 광장은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평소에는 모여서 멈춰있기보다는 움직이게 하는 길의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서구와는 다른 우리의 광장입니다.
 지금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드리자면, 한편으로는 여기에 광장이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견해가 맞습니다. 단, 이때 굳이 필요 없는 광장은 서구의 전형적인 광장일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여기에 광장이 있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틀립니다. 광장이 아니라면 예전처럼 20차선의 도로가 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건물로 가득 차야 할까요? 최선의 대답은 지금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반영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적 공간을 굳이 지금의 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공간을 찾자면 광장입니다. 하지만 이 광장은 미국이나 독일, 이탈리아의 광장이 아닌 그들의 공간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광장이겠지요. 그리고 그 새로운 우리의 광장이 무엇인가에 대답을 우리는 이 설계안을 통해서 제시해야 했습니다.

 

현재 광화문 광장이 ‘광장’의 기능 중 휴식, 이벤트 기능 등 몇 가지의 기능이 빠져있는 반쪽짜리 광장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현재 광화문 광장의 단점과 이번 설계에서 그런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 교수: 아마도 이 질문이 의도는 이미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서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을 것도 같습니다. 저는 이 질문을 오히려 저희가 고민했던 채움과 비움의 딜레마에 대한 질문으로 바꾸어서 대답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여러 가지 광장의 기능을 말씀하셨는데요, 광장이 담아야 할 기능, 즉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바로 비워야 가능한 프로그램과 채워야 가능한 프로그램입니다.
 예로 제시하신 휴식은 ‘채움의 프로그램’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휴식을 위해서는 벤치나 나무, 혹은 그늘을 제공하는 차양 등의 시설이 들어가야 합니다. 이 외에도 간단한 음료를 살 상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 시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싶은 동상이나 조각 등이 채움의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일 것입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광장의 어떤 부분을 채워야겠지요. 반면에 이벤트는 ‘비움의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어 큰 콘서트를 열려고 하는데 모든 공간이 벤치나 나무, 상점, 놀이 시설, 동상들로 가득 차 있으면 이벤트가 불가능해집니다.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야 행사도 기획할 수 있고 다양한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문제는 채움과 비움의 프로그램이 모두 광장에 필요하지만 이 둘은 서로 모순된다는 것이지요. 모든 것을 채우면 비워야 가능한 광장의 이벤트들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광장을 모두 비우면 쉬어갈 곳도 없고 굳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공간이 됩니다. 지금 광화문 광장은 처음에는 비웠다가 점차 후자의 문제로 꽃밭, 잔디, 벤치, 가건물 등의 채움의 요소들이 들어와서 오히려 혼란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지요.
 저희는 이 딜레마를 수직적으로 풀려고 했습니다. 저희가 제출한 답안은 지상의 광장과 지하의 광장 두 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지상의 광장은 완전히 비워 크고 작은 이벤트를 담으려고 했고 지하에는 문화시설, 도서관, 카페, 식당 등 다양한 시설들을 담아 일상의 활동들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면서 동시에 광장과 건물이 만나는 경계공간에는 수목을 심어 그늘을 제공하여 휴식과 머묾의 공간을 제공하려고 했습니다. 채움과 비움의 프로그램은 서로 모순되지만 동시에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쉴 곳도 머물 곳도 없다는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비워진 공간이 없다는 더 상 광장이 아니게 됩니다. 설계는 결국 이런 모순적인 개념들을 하나로 어떻게 묶을 것인가 대한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광화문이라는 곳이 조선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역사적 의미가 가장 깊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설계에서 역사성을 어떻게 광장에 담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 교수: 이 질문은 공모전의 지침서에서도 직접 제시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는 이번 공모전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적 질문이었습니다. 이곳은 조선왕조의 도읍인 한양의 상징적인 중심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왕조 국가의 이념과는 대치되는 민주주의의 이상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상징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상징을 동시에 담아야만 하는 문제였습니다.
 실마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공모전이 열린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백지가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서울시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된 큰 공간적인 틀은 사전에 주어집니다. 공모전을 기획한 서울시가 제시한 광장의 구조는 아래와 위로 나누어진 구조였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지금의 광장을 반으로 잘라 광화문 광장과 가까운 북쪽은 역사광장, 남측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민광장으로 나눈 것이 서울시가 제시한 기본적인 구조였습니다. 서로 상충 되는 이념을 상징하는 과거와 현재의 가치를 어떻게 동시에 담을 것이냐는 과제에 대해서 서울시가 미리 제시한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공간을 두 개로 나누어 하나는 과거를, 하나는 현재를 담으면 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는 좋은 답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광장이 아니라 두 개로 나눠진 광장이 되지요. 설계팀은 오히려 두 개로 분리된 광장의 구조를 하나로 묶으면서 다시 과거와 현재의 가치를 함께 풀어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주어진 광장의 이분법적인 구조를 무시할 수는 없었죠.
 왕조의 상징성과 대한민국의 상징성은 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는 이미 큰 구조에 담겨있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왕조의 축과 세종대로의 축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일제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원래 광화문은 정남을 바라보지 않았고 육조거리와 정확하게 일직선을 이루지 않았죠. 구조적으로 설계안에서는 이 두 축을 중첩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이 이런 큰 상징성과 큰 구조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큰 이야기를 개념적으로 담아내려고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그런 큰 담론들은 아닙니다. 혹시 광화문 앞을 지날 때 조선왕조의 유교적 이념을 생각하세요? 정부종합청사나 시청에 가시면 민주주의 이상을 느끼시나요? 이런 큰 이야기는 공적 공간을 신성화하고 우러러보게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말하면 이러한 계몽의 메시지는 오히려 공적 공간을 위압적으로 만듭니다. 저희는 두 가지 상징성을 체험과 일상의 수준으로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아까 설명해 드렸던 채움과 비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광장을 수직적으로 접근했던 것처럼 이 모순을 풀기 위해 입체적인 공간을 만드는 방향으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하였습니다. 저희가 인상 깊게 보았던 광화문의 모습 중 하나는 발굴이 진행되었을 때 드러난 시간의 지층이었습니다. 과거에 길을 만들 때도 토목적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광화문 광장에는 어떠한 구조물도 없었지만 길을 만들기 위해 땅을 다졌던 토목적 층들이 남아있었죠. 우리는 지상과 지하를 잇는 공간에 계단식으로 된 시간의 정원을 만들어 이러한 시간의 층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조선 시대에서부터 이어진 시간의 층들이 현재와 만나면서 일상과 녹아들어가는 것이지요. 지하의 층들이 시간이 압축된 공간이라면 현재의 광화문 광장은 가볍습니다. 현재의 광화문 광장은 광장 그 자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주변의 건물과 길, 그리고 도시적 공간까지를 아우르는 하나의 영역이 광화문 광장의 정체성을 만듭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재의 광화문 광장과 도시를 더 자유롭게 이어주고자 했습니다.

 

이번 광장 설계에서 북악산과의 연계가 강조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에 따라 조경이 강조되었을 것 같은데요 이번 설계에서 식물의 배치가 어떻게 되었고 그 배치의 의미는 무엇인 지 궁금합니다.

김 교수: 우리가 국가의 축, 도시의 중심을 떠올리면 흔히 어떤 공간이 연상되시나요? 보통은 하나의 건물이나 동상, 분수 같은 조형물을 향해 열리는 넓게 공간을 연상합니다. 그리고 넓은 광장이나 길은 일렬로 늘어선 가로수와 건물들로 규정이 되고요. 대표적으로 샹젤리제 거리가 그러하고 미국의 수도인 워싱톤 DC의 몰이 그러한 형태를 갖고 있죠. 그런데 이러한 전형적인 축과 광장의 원형은 19세기 서구에서 만들어진 도시설계의 모델입니다. 이러한 축들과 상징적 공간이 등장한 배경은 바로 국가의 권력이 강해지면서 공간적 상징성으로 표현이 되던 절대왕조와 곧 이어지는 국민국가의 출현입니다.
 우리에게 이러한 도시 공간의 모습은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을까요? 우리의 근대는 자발적인 근대가 아니라 일제에 의해 이식된 근대였습니다. 근대적인 광화문 광장의 모습은 이때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문제는 아까 설명한 도시의 형태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우리의 경우에는 제국주의라는 억압적인 형태로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흔히 생각하듯 국가의 상징 거리를 만들기 위해 초점을 만드는 상징적 건물을 놓고 이를 향하는 가로수와 건물들을 놓는다면 이는 역설적으로 강제로 이식된 도시의 구조를 우리의 상징으로 삼는 셈이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만들어내는 왜곡된 도시의 심상에서 벗어나고자 하였습니다.
 우리 도시의 상징성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저희는 우리의 그림에서 실마리를 발견하려고 했습니다. 우리의 궁궐을 그린 동궐도, 조선시대 도시의 중심이었던 관아를 그린 숙천제아도, 한양의 옛 모습을 그린 여러 지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수십 장의 그림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산과 강이었습니다. 우리의 공간은 항상 건물과 함께 자연의 모습이 함께 그려져 있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서면 우리는 그 이름 때문에 광화문을 먼저 보지만 사실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지배하는 것은 북악산의 장관입니다. 고층건물들이 없는 대한제국 시대의 사진들을 보면 북악의 위용은 더 확실히 느껴집니다. 우리는 우리 도시의 상징성은 자연과 인문의 공존으로 파악했습니다. 이제 문제는 이를 설계로 풀어내는 일이었습니다. 답은 이미 우리의 옛 그림에 있었습니다. 궁에도 관아에도 그 뒤에 산에서 이어지는 나무들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면서 자연과 도시를 묶어주고 있었습니다. 서양의 풍경화와 가장 큰 차이는 19세기의 서양의 도시를 그린 그림에서 나무들은 하나의 덩어리로 표현되지만 우리의 그림에서 나무는 그 하나하나의 개성이 살아있게 그려진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그런 모습을 그대로 광화문 광장에 옮기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종류의 나무를 일렬로 식재하는 것이 아니라 북악의 숲을 닮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식재를 해습니다. 저마다 나무들의 개성이 살아있는 일종이 수목원 같은 가로를 만들려고 한 것입니다.



설계를 하시며 가장 고민하셨던 부분이나 어려우셨던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김 교수: 아마도 포장일 것입니다. 언론을 통해서 사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도 포장의 부분이었습니다. 포장에 촛불혁명의 의미를 담았다고 하여 정치색이 입혀지면서 설계안이 공개되고 한동안 시끄러웠죠. 하지만 저희가 오히려 포장에서 고민을 하였던 부분은 정치적 측면보다는 예술적인 측면이었습니다. 이러한 큰 프로젝트를 설계하다 보면 공간의 구조나 도시적 맥락과 같은 부분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논리적인 문제의 해결이나 개념적인 의미 부여를 중요시하게 되지요. 규모가 클수록, 사회적인 중요도가 높을수록 그러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공간에서 느끼는 감동은 이런 구조나 추상적 개념 때문인 경우는 드뭅니다. 오히려 이는 이차적인 문제가 되지요. 대부분 사람들이 어떤 공간 좋다, 나쁘다고 느끼는 것은 공간이 주는 감흥과 체험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결정하는 것은 공간의 논리적 구조가 아닌 공간의 예술성입니다. 저희는 광장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예술성을 담아야 하는 부분은 표면이라고 보았습니다. 바로 포장이지요. 감정적인 감흥과 감동은 표면과의 접속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사람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을 어떤 부분을 통해서 파악하나요? 얼굴입니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내면이 정작 드러나는 것은 얼굴입니다. 얼굴은 그 사람의 표면입니다. 표면이 어떤 대상의 실체가 아니듯이 얼굴이 그 사람의 실체는 아니지만 우리는 얼굴을 통해서 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고, 태도를 결정하고, 심지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압니다. 광장의 표면인 포장이 바로 이 공간의 얼굴인 셈이지요.
 처음에는 이 표면에 의미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역사적인 흔적들을 새겨보기도 하고, 문자를 입혀보기도 하고, 수많은 버전의 스터디들을 했습니다. 많은 스터디들이 의미는 말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예술적 감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의미를 빼버린 형태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종묘의 바닥 포장의 형태와 김환기 화백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단순한 형태의 포장 디자인이 만들어졌습니다. 네모의 틀에 동그란 형태. 비슷하지만 다른 이 형태들이 모여 광장의 포장을 구성하였습니다. 특별한 의미나 상징을 부여하지는 않았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큰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는 저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이러한 포장의 모습이 그 어떠한 의미도 외부에서 강제로 강요하지 않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큰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포장의 디자인이 민주적인 광장의 의미를 시적으로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설계를 같이하신 씨에이조경기술사사무소가 우리대학 졸업생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11대학의 조경학과가 다른 대학과 비교해서 특수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점이 다른 대학과 차별화 되고 현재 우리대학 조경학과의 위상은 어떻게 되는 지 궁금합니다.

김 교수: 이번에 함께한 CA조경은 서울시립대학교 75학번 동문이신 진양교 대표님이 운영하는 설계 사무실입니다. 그리고 99학번 조용준 실장과 함께 실제 실무를 진행하였고, 제가 직접 수업을 가르쳤던 두 명의 제자가 설계팀에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서울시립대 출신의 설계팀을 구성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고의 회사와 그 안에서도 가장 최고의 팀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울시립대 출신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적으로 조경 분야에서 시립대의 높은 위상을 보여줍니다. 특히 조경 설계 분야에서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동문들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굳이 자세하게 설명을 하지 않아도 지금 주변에 알고 있는 좋은 공원이나 공공공간을 떠올려보세요. 어떤 장소들이 떠오르나요? 이번에 함께 설계를 진행한 CA조경은 청계천복원프로젝트의 총괄을 담당했었고, 서울시청광장, 하늘공원도 CA조경의 작품입니다. 월드컵 공원, 서울숲, 그리고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연트럴파크라는 별명의 경의선숲길도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동문들의 작품입니다.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는 우리나라의 모든 조경학과중 가장 교수진이 우수하고 다양합니다. 우수하다는 것은 사실 주관적인 기준이 개입하기 때문에 굳이 부연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교수진의 수가 가장 많다는 것은 세부 분야의 전문성이 가장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수업도 세분화 되어있고 체계화가 되어있습니다. 특히 설계 분야의 수업은 세계적인 대학의 교과과정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설계 수업을 진행하면 타 대학에서 교류과정으로 수업을 신청하는 학생들의 상당히 많습니다. 고려대학교와 서울여대와 같은 인근의 학교는 물론 멀리 순천대학교에서까지 교류 학생들이 설계 수업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적으로 조경 분야에서 서울시립대학교 설계 수업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계 분야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서울시립대학교 졸업생들은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뽑고자하는 인재들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공사에서 출신학교를 기재하지 않은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하자 조경 부문 신입사원 중 서울시립대 졸업생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가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지점은 융복합적 접근입니다. 학과뿐 아니라 단과대별로 칸막이가 뚜렷한 다른 대학교와는 달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는 건축, 도시공학, 원예, 교통공학과 등의 다양한 학과와 공동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교수진과 학생들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서울시립대 조경학과는 기존의 명성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추구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학생들도 어떠한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유롭게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탐색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나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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