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열린 2019학년도 1학기 전체학생총회(이하 학생총회)가 성사의 벽을 넘었다. 2017학년도 1학기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번 학생총회에서는 세 가지 안건이 상정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세 번째 안건인 ‘민주적 총장직선제를 위한 규정 요구’는 의결조차 진행되지 못한 채 산회됐다. 늦어진 개최와 투표 집계, 불분명한 산회 사유 등 진행에 있어 총학생회의 미숙함이 드러났다.

▲ 학생총회가 열리고 있는 현장의 모습을 자연과학관 옥상에서 바라본 모습. 이날 학생총회는 현장 의결정족수인 351명을 넘겨 성사되었다.

정족수 2시간 지나서야 만족돼

오후 4시에 자연과학관 앞 중앙무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학생총회는 전체 재학생 수의 4%인 351명의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개회가 지연됐다. 김민수 총학생회장은 중앙 무대에 올라 총학생회 업무 보고를 먼저 진행했다. 등록금심의위원회, 공간조정분과위원회 등 총학생회가 참석하는 여러 회의와 부·국별 업무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다.

총학생회 업무 보고 후에도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자 총학생회 측은 즉석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김 총학생회장은 “2017학년도 1학기 학생총회 성사 이후 약 2년간 학생총회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무산 원인은 대부분 현장 참석자의 부족 때문”이라며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에 여러 가지 의견을 낼 수 있는 학생총회도 뜻깊은 자리”라며 학생들에게 학생총회에 참석해 줄 것을 호소했다. 약 2시간 동안의 즉석 홍보 끝에 현장정족수인 351명을 넘기면서 오후 5시 55분경 정식으로 학생총회 개회가 선포됐다. 현장에 참석한 학생들은 열띤 박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충분한 수의 전임교원 확보, 중간고사 성적 등 세부성적 공개 의무화, 안전한 교육환경 확보 등 여러 가지 사안을 한번에 포괄하는 ‘정당한 교육권 보장을 위한 조정 요구 안건’을 발의한 김 총학생회장은 “우리대학은 전임교원의 충분한 확보가 필요하다.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28.1명으로 서울시 상위 10개 대학 중 8위에 머무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세부성적 공개는 학생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다. 학생이 자신의 세부 평가 내용을 아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지난달 교내에서 수차례 외부인에 의한 위협이 발생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한 교육환경을 보장해야 한다”며 안전한 교육환경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진 현장 질의응답에서는 전 교육혁신기획평가단 국가위원으로 활동했었던 한 화학공학과 학생이 세부성적 공개와 관련해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대학에서 세부성적을 공개하는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급여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세부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교수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학점을 공개하기 전에 세부성적을 입력해야만 학점을 공개할 수 있도록 대학행정정보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전인한 전 교무처장도 충분히 동의한 사안”이라며 총학생회 측에 추가 확인을 부탁했다.

▲ 김민수 총학생회장(영문 16)이 학생총회에서 본격적인 회의진행 전 발언을 하고 있다.

거수투표 진행, 많은 시간 소요돼

첫 번째 안건은 약 10분간 거수를 통해 의결이 진행됐다. 이때 의결 과정에서 김 총학생회장과 총학생회 임원 간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 총학생회장은 “현장 인원 통제가 잘 안돼 정족수 확인이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 가지 안건의 의결을 모두 성사시킬 수 없다고 판단된다”며 사실상 산회를 선포한 것이다. 그러자 이 말을 듣고 당황한 총학생회 임원들이 다급하게 김 총학생회장에게 달려가 다시 정족수를 충족시킨 상황를 알리며 산회 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를 전했고 우여곡절 끝에 안건이 가결됐다. 김 총학생회장은 “서면동의안을 포함해 찬성 1166표, 반대 5표, 기권 4표로 안건이 가결됐다”고 알렸다.

두 번째 안건은 오후 6시 예정된 대동제 개막식과 일정이 겹치는 관계로 비교적 빠르게 안건문을 낭독했고 개막식과 동시에 진행됐다. 김 총학생회장은 “우리대학에서는 지속적으로 학내 공간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생들은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안건 발의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거수 투표가 진행됐으며 김 총학생회장은 두 번째 안건에 대한 투표수를 집계하는 동안 서순탁 총장의 축사를 듣겠다며 서 총장을 무대 위로 불렀다. 서 총장은 본격적인 축사를 하기 앞서 “공간조정분과위원회에 학생위원의 참여를 환영한다. 학생들은 우리대학의 중요한 구성원이므로 공간 배정에 대한 의견 수렴 및 제시의 기회를 드리겠다”며 두 번째 안건에 대해 답변했다.

서 총장의 축사 이후 김 총학생회장은 “정족수 문제로 의결을 진행할 수 없다”며 학생총회를 중단 및 산회시켰다. 이후 총학생회 측은 소통창구인 우리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두 번째 안건은 거수투표 결과 가결됐으나 의결 총수와 현장의 인원이 맞지 않아 부결 처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 총장이 직접 나서 해당 사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만큼, 공간분과조정위원회에 학생위원이 위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대학 대학발전위원회 규정 제7조 제3항에서는 ‘각 분과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및 총장이 위촉하는 15명 이내의 교수와 직원, 기타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매끄러운 진행 못해… 무선 전자투표기 도입 필요

지난 2017년도 1학기 이후 2년 만에 성사된 학생총회지만, 어렵게 성사된 만큼 여러 부분에 있어 아쉬움을 표하는 학우들이 많다. 서울시립대신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은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는 ‘진행 시간의 부족’이다. 이상협(세무 17) 씨는 “논의될 안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참석했는데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다”며 “표결 시에 손을 한참 들고 있어야 했던 점이 불편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 A(21)씨 역시 “표결을 비밀 투표가 아닌 거수로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안건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총학생회는 현장을 8개의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마다 담당자를 배치해 투표 인원을 수합했다. 일일이 거수로 표결하다보니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손을 들어달라는 담당자들의 요청이 곳곳에서 들리기도 했다. 중앙 무대에서 진행을 담당하던 김 총학생회장도 학생들에게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해 수합이 늦어지는 점에 대해 여러 차례 양해를 구했다. 정족수가 늦게 채워져 개회가 늦춰진 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무선 투표기를 사용해 의결을 빠르게 진행했던 사례가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산회 이유

불분명한 산회 이유도 문제로 제기된다. 학생총회 당시 총학생회장은 두 번째 안건에 대한 표 집계 이후 ‘정족수 문제’라는 말만 언급했을 뿐 학생총회 산회 사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당일 밤 페이스북 등 총학생회 SNS를 통한 공지에서 ‘의결 총수와 현장 출석 인원수가 맞지 않아 표결이 무산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산회 당시 명확한 출석 인원수나 의결 총수를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야외 진행으로 회의장 통제 제대로 안돼

의결 총수와 현장 인원 불일치의 원인 중 하나는 도중에 이탈하는 인원을 통제할 수 없던 상황을 꼽을 수 있다. 전반적인 학생총회 진행 시간이 지연됨에 따라 중간에 회의장을 벗어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이다. 물론 총학생회 측에서 출석자 모두를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회의장 공식 출입구가 아닌 대강당 화단 쪽을 통해 회의장에 무단으로 출입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으며, 통행에 대한 제지도 없었다.

축제로 인한 홍보 효과는 긍정적, 산만한 분위기는 부정적

참석 인원 이탈이 발생한 배경에는 학생총회 이후 축제 개회식이 바로 이어진 일정상의 문제도 존재한다. 총학생회는 2017년 1학기부터 학생총회에 많은 학생들을 유인하기 위해 축제 날에 1학기 학생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학생총회에 참석한 학생들 중 일부는 학생총회가 끝나고 이어지는 연예인 공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참석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학생총회 집중도를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신유정(도사 19)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학생총회에 참여했지만,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주변이 산만했다”며 “실내에서 진행했다면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자 동의 없는 휴회는 규정 위반의 소지도

더욱이 이번 학생총회는 바로 다음에 예정된 축제 개회식과 같이 진행됐는데, 이는 교내 세칙 위반의 우려도 있다. 축제 개회식을 위해 서순탁 총장 등 귀빈들이 개회식장으로 들어오자, 총학생회 측에서는 총투표수를 집계하는 시간 동안 개회식을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에는 학생총회 의사진행에 대한 기본세칙(이하 의사진행세칙) 위반의 소지가 있다. 의사진행세칙 제4조 제6항은 ‘총회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구성원들의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휴회 또는 정회를 선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 총학생회장은 “시간 구성상 전체학생총회가 끝나지 않을 것 같기에 의결 안건 2번 이후 잠시 휴회하면서 총장님의 인사말을 듣겠다”라며 회의 중 의결 없이 휴회를 선포했다.

다만, 안건 하나를 의결하는데 10분 가량이 소요됐던 이번 학생총회에 비추어 보면 휴회를 위한 동의 의결은 불가능에 가깝다. 해당 규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의장 재량으로 휴회를 선포하는 것으로 세칙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2년 만에 성사된 총회’ 의미 부정 어려워

진행상의 미숙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학생총회였지만, 학생총회 성사 자체는 의미를 부정하기 어렵다. 지난 2008년 3월, 1학기 학생총회에서 정족수 변경 및 서면동의안 허용이 이루어진 이후, 총 19번의 학생총회가 열렸지만, 이번 회의를 포함해서 단 6번의 학생총회만이 성사됐다. 최근 5년간에는 3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그에 비해 이번 학생총회는 기존에 성사된 다른 학생총회와는 다르게 상정된 회칙 개정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총회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2년 만에 학생총회가 성사되어 관심도가 올라간 만큼, 추후 진행될 2학기 학생총회에서는 보다 매끄러운 총학생회 측의 진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립대신문 대학보도팀
이민영 기자 miny98@uos.ac.kr
이정혁 기자, 오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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