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인간의 조건

자취하는 대학생들은 한 달에 돈을 얼마나 사용할까? 기자의 경우 지난달 월세를 제외하고 약 65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했다. 작년에는 더 많이 사용했다. 대학교에 와서 부모님께 용돈도 받고 직접 벌기도 하면서 씀씀이가 매우 커졌다. 항상 밖에서 밥을 사 먹었고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바로 주문했다. 심각해진 소비 습관에 충격을 받고 고쳤음에도 월간 약 60만원 정도를 사용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못한다면 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번 챌린지는 ‘최저시급으로 일주일 살기’다. 학생들이 최저시급만으로도 충분한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기자가 직접 체험해 봤다.

기자의 시간표를 보고 일주일간 아르바이트 가능 시간을 측정해봤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각 세 시간씩 총 15시간으로 측정했다. 과 특성상 조별과제가 많기에 주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 15시간에 최저시급 8590원을 곱하고 주휴수당을 계산하면 15만4620원으로 이를 일주일간 사용해야 한다. 월세와 공과금(9월 기준), 교통비(따릉이 정기권), 주택청약 저축금, 휴대전화 비용을 일주일 단위로 환산했을 때 7만5703원이 나왔다. 이를 15만4620원에서 빼면 7만8917원으로 일주일간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돈이 나온다. 하루에 약 1만1천원이 사용 가능하다.

계획 없는 소비로 살만했던 이틀

기자는 하루에 밥을 두 끼 먹는다. 1만원으로는 두 번 이상 외식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한 번에 많은 음식을 장만해 일주일을 버티자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 안타깝게도 일주일 프로젝트의 시작 당일인 지난 1일 목요일은 추석이었다.

본가에 내려가지 못한 기자는 가족들과 차례상을 먹을 수도, 외식할 수도 없었다. 식자재 마트와 집 앞 슈퍼에서 일주일 먹을 반찬 재료와 전 재료를 사 왔다. 비닐봉지 값을 아끼기 위해 장바구니도 들고 갔다. 집에서 직접 전을 부치고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지었다. 두 시간 정도 걸렸는데 한번 음식을 하고 설거지에 청소까지 하고 나니 너무나 피곤해 다른 일은 하지 못했다. 첫날의 소비는 식재료 값 1만8740원과 건전지 값 2천원 총 2만740원을 사용했다.

둘째 날 추석에 혼자 서울에 남은 외로운 기자를 위해 어머니 친구 분께서 본인 자녀들과 함께 전시회에 데려가 주셨다. 사정을 설명해드리고 전시회 값을 기자가 따로 계산했다. 계획에 없던 소비였기에 당황했다. 전시회 입장료가 1만원을 호가했기 때문이다. 남은 기간 무조건 집밥만 먹겠다는 다짐을 하고 전시회를 봤다.

첫 번째로 본 전시회는 ‘My Dear 피노키오’로 입장료가 1만5천원이었고 두 번째로 ‘Parallel World’는 무료 전시였다. 세 번째로 본 전시회는 ‘퀘이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로 1만2천원이었다. 문제는 전시회 이후였다. 전시회는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는데 근처 음식점들이 전부 가격대가 높았다. 쌀국수 집에서 쌀국수를 먹고 싶었으나 돈가스가 할인 중이어서 7500원을 주고 돈가스를 먹었다. 전시회 가는 길은 지하철을 이용해 교통비 1450원이 들었고 올 때는 어머니 친구 분이 태워주셔서 돈이 들지 않아 두 번째 날 총 3만5950원을 소비했다.

▲ 일 주일치 식량을 한 번에 구매했다.
▲ 일 주일치 식량을 한 번에 구매했다.

돈에 쪼들려 힘들었던 닷새

셋째 날 예상치 못한 지출로 실패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된장국을 끓이고 동그랑땡을 부쳤다. 된장국은 남은 기간 계속 먹을 요량으로 큰 냄비 가득 끓였다. 하지만 결국 상해서 반을 버렸다. 집밥으로 점심과 저녁을 해결했고 이후 추가로 소비하지 않아 셋째 날은 총 0원을 소비했다.

기자는 달콤한 간식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전날 늦게까지 과제를 해 피곤할 땐 달달한 초콜릿을 입에 넣어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넷째 날이 바로 그 날이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연습실에 가는 길, 너무나 달콤해 보이는 프라페 광고판 앞에서 수백 번 갈등했다. ‘싼 음료 한 잔쯤은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3500원짜리 민트초코 프라페를 한 잔 시켰다. 다른 소비는 없었으므로 넷째 날 총 3500원을 소비했다.

기자는 다섯째 날 몹시 힘들었다. 전날 과제를 위해 밤을 새우고 해가 떴을 때 겨우 잠들어서 오후 느지막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너무나 힘들어 밥을 할 기운도 없었다. 점심 겸 저녁으로 라면 한 봉지(600원)를 끓여 먹었고 조별과제를 하기 위해 집에서 나왔다. 집중을 위해 박카스(800원)를 사 마셨고 조별과제를 하다가 결국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핫도그(2300원)를 사 먹었다. 그래서 다섯째 날은 총 3700원을 소비했다. 피곤할 때 아메리카노를 자주 사 마셨으나 2천원 이상의 소비가 부담스러워 사먹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두 배로 받게 된 것이다.

아르바이트한다면 식사시간에 식대를 챙겨줄 것이다. 기자는 교내에서 국가 근로를 한다. 근로지에서는 믹스 커피를 무상으로 마실 수 있는데 여섯째날 점심은 이것으로도 배를 채웠다. 저녁에는 신문사에서 지급되는 식대(8천원)로 햄버거를 시켜먹었다. 초과된 금액인 2300원은 자비로 해결했다. 그렇게 여섯째 날은 총 2300원을 소비했다.

마지막 날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1만3677원이 남았다. 한 끼를 집에서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일주일간 집밥을 총 7번 먹었다. 쌀 1kg으로 10공기의 밥을 지을 수 있으니 많이 먹었다 치고 쌀 1kg의 가격인 5천원을 제외하면 약 7천 원이 남는다. 외식할 기회였다. 신나는 마음으로 지인과 약속을 잡고 백반 집에서 점심(5천원)을 먹었다. 이후 조별과제 중 피곤함을 느껴 탄산음료(1200원)를 사 먹었다. 이렇게 1만1200원을 소비했다. 총 계산한 결과 일주일간 7만7390원을 소비했고 남은 돈은 1527원이었다.

어쨌든 살아남았다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돈이 남았다. 집에 이미 생필품이 구비됐기에 가능했다. 소금, 간장, 김치 등 식료품부터 휴지, 세제, 상비약 등의 생활용품들 말이다. 첫날 산 식재료와 생필품 중 챌린지 기간 안에 소비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사용한 생필품 가격을 측정해 빼고 소비하지 못한 물건의 가격을 따로 더하는 것 보다 퉁치는 것이 편할 것이라는 생각에 계산에서 제외했다. 보험료와 악기 연습실 대여비용도 계산에서 제외했다. 만약 내가 정말 아르바이트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다면 이러한 것들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써버린 일주일 치 생활비 우리는 최저시급 만으로 살 수 있는가

최저임금으로만 사는 일주일이 끝나고 미뤄뒀던 옷 쇼핑을 했다. 친구와 점심을 먹고 카페를 들렀다가 옷을 두 벌 샀더니 거의 7만7천원을 사용하게 됐다. 지난 일주일 아껴가며 사용했던 돈을 하루만에 써버린 것이다.

1월 28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10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혼자 사는 대학생의 주택유지비와 생활비 등을 합한 한 달 평균 생활비는 61만원으로 집계됐다. 일주일에 약 14만원으로 이번 챌린지와 비슷한 가격이었다. 생각보다 학생들이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다. 그런데 과연 이 가격은 양질의 생활을 하기에 충분할까.

기자는 챌린지 기간 동안 만족스러운 일주일을 보내지 못했다. 우선 친구와 약속을 잡을 수가 없었다. 챌린지 전 친구와 추석 연휴 동안 카페에서 함께 공부하자고 약속했었으나 카페를 갔다가 밥을 먹으면 최소 1만5천원 이상이 소비될 것을 우려해 약속을 취소했다. 결국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는 친구와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또한 과제가 많고 계속 수업을 들어야 하는 기자에게 양질의 집밥을 차리는 것은 몹시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적은 가짓수의 간단한 반찬을 한 번에 많이 만들어 계속 먹다 보니 고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문화생활도 힘들었다. 물론 무료 전시, 통신사 할인 등 비교적 적은 가격에 문화를 즐길 기회는 많다. 하지만 할인을 하더라도 소비되는 최소 금액과 교통비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만일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새로 사야하거나 갑작스럽게 입원하거나 환절기에 겉옷을 새로 사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최저시급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최저시급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나온다. 고용주는 최저시급 인상에 부정적일 것이고 고용자는 최저시급 인상에 긍정적일 것이다. 최저시급을 받는 대학생 입장에서 ‘조금 더 올랐으면 양질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학생은 학업과 병행해야 하기에 많은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할애하지 못한다. 대학생들을 위한 학자금 대출 등의 복지 정책들이 많지만 홀로 생계를 꾸리는 대학생에게 양질의 삶을 보장하기엔 무리가 있다. 1인가구 청년을 위한 더 많은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글·사진_ 이은정 기자 bbongbbon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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