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청년들의 하루하루는 불안하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밤새도록 공부하고 스펙을 쌓으며 면접을 준비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기업의 채용 규모를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모두가 같은 고민을 하는 것을 알기에 착잡하고 우울한 기분을 마음 놓고 이야기할 사람조차 마땅치 않다. 다양한 사회 갈등도 어깨를 짓누른다. 다른 세대와의 갈등뿐만 아니라 청년 세대 내에서 생기는 격차로 인한 차별의 문제가 두드러지기도 한다. 청년들이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점차 수면 위로 떠올라 그 심각성에 대한 공감이 형성됐다. 국가와 지역사회 또한 다양한 방면에서 청년의 삶을 살피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 청량리역 광장에 위치한 서울청년센터 동대문 오랑
▲ 청량리역 광장에 위치한 서울청년센터 동대문 오랑

‘동대문 오랑’, 청년을 위한 소통 공간을 만들다

최근 등하교를 위해 청량리역을 이용했던 우리대학 학생이라면 청량리역 광장에서 못 보던 건물을 발견했을 것이다. 바로 지난 2월에 문을 연 ‘서울청년센터 동대문 오랑’이다. 호기심에 이끌려 겉모습과 이름만으로는 쉽게 그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건물로 다가갔다. 

입구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입장권으로 교환한 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공간은 북카페 ‘다독다독’이었다. 약 천 권이 넘는 도서와 정기구독 중인 잡지는 센터 안이라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다독다독 옆으로 펼쳐진 공유주방과 테이블, 공연이 열리는 무대는 청년들의 소통 공간으로 이용된다. 2층으로 올라가면 공간이 조금 더 개별적으로 나눠진다. 대면 상담을 신청한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상담오랑’, 온라인 면접이나 화상회의 목적으로 예약할 수 있는 1인 공간과 예비 청년창업가에게 지원하는 사무 공간으로 이뤄진 ‘나래오랑’이 위치한다. 마지막으로 3층은 세미나실인 ‘누리오랑’과 청량리역 광장 주변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야외 테라스로 구성돼 있다.

오랑을 이용하다가 궁금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센터 내에 상주하는 청년지원매니저를 찾아가면 된다. 기자 역시 본격적으로 오랑을 이용하기 전 청년지원매니저에게 오랑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동대문 오랑에서 근무하는 최선미 청년지원매니저는 “오랑은 청년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청년이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청년지원매니저는 센터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통해 정책과 청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청년지원매니저는 다양한 청년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한다. 동대문 오랑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특정 주제나 특정 직업에 대한 전문가의 강연과 질의응답으로 이뤄지는 ‘궁금한 금요일’과 라디오 형식의 유튜브 프로그램인 ‘라디오랑’이 있다.

최 매니저는 “오랑은 청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오랑은 이미 동대문구를 포함한 서울시 내 9개 구에 지어져 청년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며 올해 안에 2개 구에서 추가로 개소가 예정돼 있다. 청년들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소통할 수 있는 청년 공간은 오랑 외에도 여러 곳이 설치된 상태다. 서울시 내 7개 구에 위치한 ‘무중력지대’와 마포구에 위치한 ‘청년교류공간’ 역시 다양한 프로그램과 청년이 함께 모여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곳은 청년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여러 지역의 청년들을 연결하는 거점이 되고 있다.

다각도에서 청년의 삶 살피는 청년정책

 ‘청년 세대’라는 지칭은 단순히 나이에 따른 구분이다. 당연히 그 안에서 청년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도움은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다른 청년들과 모여 교류하는 청년 공간이 필요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이 가장 절실할 수 있다. 청년정책과 청년 지원 방법을 결정할 때 다양한 방면에서 청년의 삶을 살펴보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시에서는 크게 ‘설자리’, ‘일자리’, ‘살자리’, ‘놀자리’의 네 개 분야로 나눠 청년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설자리는 전반적인 청년의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하고 등록금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한다.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만 19세~34세 청년 중 자격을 갖춘 지원자는 매달 50만원씩 최대 6개월 동안 청년수당을 받을 수도 있다. 금전적인 지원 외에도 청년인생설계학교와 복지 지원, 예술 지원 등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청년의 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일자리는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그중 ‘청년일자리 1000개의 꿈’은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미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지원한다. 디지털과 기후·환경 분야를 포함하는 미래전략 기업, 청년지원서비스와 사회·경제 분야를 포함하는 사회서비스 기업에 청년 매칭을 통해 경력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상담과 전문가 컨설팅 연결, 자금 지원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으며 노동복지와 관련된 도움 역시 받을 수 있다.

살자리는 청년의 생활 문제에 대한 지원 정책이다. 꾸준히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대학생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가 주변에 거주하는 노인과 대학생이 함께 사는 ‘한지붕세대공감(▶참고기사: 제746호 6면 「‘한지붕세대공감’, 저렴한 월세에 세대 공감까지」)’, 대학생 전용 임대주택인 ‘희망하우징’, 저렴한 가격의 기숙사인 ‘행복기숙사’ 제도를 운영한다. 그밖에도 여성안심서비스와 교통맞춤서비스 등을 통해 청년의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놀자리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는 정책으로 앞에서 소개했던 서울청년센터 오랑과 무중력지대, 청년교류공간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청년포털에서는 서울·경기 지역의 청년 공간을 소개하고 이용 가능 시간을 안내하고 있다. 고정적인 공간 외에도 지역 청년활동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각 지역별로 진행하는 행사인 ‘청년축제’를 통해 다채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온라인 고민상담소 hi, there’를 운영해 청년들의 고민 상담까지 함께 실시하는 중이다.

우리의 정책은 우리가 만든다, 청년이 직접 참여하는 청년정책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청년정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청년들이 체감하는 현실에는 어렵고 힘든 부분이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의 정책에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청년들이 직접 사회에서 청년 의제를 발굴하고 함께 토론해 새로운 청년정책을 제안하는 ‘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청정넷)’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청정넷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등의 도시에도 설치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시 단위가 아닌 구 단위로도 꾸려져 청년의 삶 전반에 대해 더 촘촘하게 살피고 있다.

서울청정넷 김지선 위원장은 “청정넷의 가장 큰 의의는 정책의 대상이 되기만 했던 청년들이 직접적인 참여자로 변했다는 것”이라며 “이전에는 인터뷰나 공청회 등에 참여해 참고 의견 정도만 제시하는 것에 그쳤지만 청정넷을 통해 청년들이 적극적인 정책 제안자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청정넷에서 발의한 청년정책 중 서울시에서 받아들여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앞서 소개한 설자리 정책에 해당하는 청년수당이 있다. 근로 청년을 대상으로 저축 금액의 100%를 추가로 적립해 주는 ‘희망두배청년통장’ 제도 역시 서울청정넷에서 제안한 정책을 서울시가 수용한 결과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한 해에 180개 넘는 정책을 제안해도 실제로 실현되는 정책은 20개 정도에 그친다”며 “청정넷에서 발의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은 청정넷과 자치 단체의 공동 과제”라고 이야기했다.

서울청정넷의 활동은 일자리, 주거, 문화, 성평등, 사회안전망 등의 다양한 분과로 나눠 이뤄진다. 김 위원장은 “활동의 편의를 위해 분과별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서로 다른 분과에서도 공통 주제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1인 가구의 비율이 증가하며 이에 대한 의견이 분과를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이 논의되는 편”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청년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정책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결국 청년 각각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청년정책은 결코 특정 청년 계층만을 위한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위한 정책은 지금도 끊임없이 발의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대상인 청년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모두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어떤 청년정책이 있는지 확인하고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직접 청년정책을 제안하고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_ 김유경 기자 candy886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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