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이 지난 여름 개최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1년 미뤄진 탓에 관심이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어느 때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문가가 바라보는 이번 올림픽은 어땠는지 우리대학 스포츠과학과 신재휴 교수와 이데일리 이석무 기자를 인터뷰했다. -편집자주-

취소가 아닌 연기된 이유가 있다면
개최국인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IOC가 중계권과 스폰서 권리를 이미 챙긴 상태에서 취소는 그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가장 큰 손인 미국의 NBC사와 중계권 계약을 한 상태에서 취소를 한다면 엄청난 규모의 위약금이 발생하고 이미 광고료를 받은 NBC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손해 배상 등이 문제 될 수 있다. 그래서 일본과는 달리 IOC의 대화 테이블에는 처음부터 취소라는 카드가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지금 정부뿐만 아니라 IOC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반감이 크게 증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본의 입장은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봐야 할 것이다. 일본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거센 와중에도 대회를 강행한 것은 아마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이 선전하면 여론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은 이전의 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엄중했기 때문에 여론은 바뀌지 않았다. 패럴림픽 개막식 때 도쿄에 다시 온 토마스 바흐 위원장에 대해 비난이 쏟아진 것이 현재 여론의 상황을 보여준다. 아마 이 현상으로 인해 세계의 정치인들은 스포츠의 상징적인 효과에 대한 신념이 처음으로 흔들렸을 것이다. 취소하게 되면 각종 사업이 무산되기 때문에 적자가 덜 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올림픽의 수익구조가 궁금하다
올림픽 운영은 기본적으로 IOC와 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Organising Committees for the Olympic Games: 이하 OCOG)가 분담한다. IOC가 올림픽이라는 상품을 공급한다면 OCOG는 이 상품을 조직하고 연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 상품의 공급자를 ‘프로퍼티오너(소유주)’라고 하고 그들이 갖는 권리를 ‘프로퍼티라이트(원천권리)’라고 한다. 올림픽은 하나의 공급자와 많은 구매자로 이뤄진 독점시장 형태이다. 이들의 원천권리는 크게 중계권, 스폰서십, 입장권이며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그중에서도 중계권의 수익은 전체 수입의 73% 정도를 차지하며 현재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월드와이드 스폰서로 구성된 스폰서십의 수익은 18% 정도이다. IOC는 이를 ‘TOP(The Olympic Partner)’라고 하고 이들에게 올림픽 관련 글로벌 독점 마케팅 권한을 주고 있다. IOC는 벌어들인 수입의 90%를 스포츠의 발전과 올림픽 운동의 확산을 위해 약 200개의 국가올림픽위원회 등에 재분배한다. 나머지 10%는 IOC 운영에 사용한다. 개최국 올림픽조직위원회의 수입은 입장권 판매와 자국 영토에서만 마케팅이 가능한 로컬 스폰서 및 상품화 사업 그리고 IOC 지원금이 있는데 이번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올림픽 특수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이 앞으로의 스포츠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해 본다면
코로나19 때문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 또한 디지털 플랫폼의 새로운 각축장이 돼 방송사와 IT기업들은 여러 가지 시스템을 선보였다. 스포츠 중계의 특성이라고 한다면 라이브 중계가 있다. 영화나 음악은 저장해서 또 보곤 하지만 스포츠는 실시간으로 즐기는 데서 관중이 재미를 느끼지 않나. 그런 점을 살려서 실감나는 중계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현장에서 보는 생생한 느낌이 들 뿐만 아니라 집에서 응원하는 목소리가 스타디움에 울려 퍼지는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선수가 거실에서 나와 인터뷰하는 모습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세계의 많은 엔지니어들은 그들 기술의 결정체를 스포츠의 장에서 구현하고 싶어할 것이다. 시청자들도 중계 방식의 변화로 인해 더 많은 종목들에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눈여겨 볼 점이 있다면
IOC는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하지만 이미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비판도 받지만 그들의 다음 세대를 향한 올림픽 방향 설정은 의미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속가능성, 양성평등, 반도핑, 난민 등에 관한 정책을 들 수 있는데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성평등에 대한 노력이다. 여성 선수들의 참여 비율이 48.2%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마 2024 파리 올림픽 때는 완전히 같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총 18개의 남녀 혼합대회가 열렸는데 이는 2016 리우 올림픽 때보다 두 배 많은 숫자다. 혼성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은 ‘정말 재밌다’고 말한다. 다음 2024 파리 올림픽은 혼합 경기가 더 많아질 것이다. 이렇게 좋은 시도가 이어지다 보면 스포츠가 성평등 구현의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스포츠를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대학 스포츠와 생활 체육에도 확산할 수 있도록 한국의 체육계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언론도 이런 긍정적인 내용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보도해서 스포츠를 통해 사회 분위기가 더 나아지면 좋겠다. 
 

스포츠계에서 SNS나 영상 플랫폼이 홍보 및 소통 수단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언론에도 영향을 끼치나
물론이다. 예전에는 구단들이 자신들의 입장이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리기 위해 언론사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기사를 통하면 어쨌든 이야기가 한 번 걸러지게 되지 않나. 기자의 시각이 들어갈 수도 있고 잘못하면 왜곡이 될 수도 있는데 유튜브를 이용하면 구체적인 뉘앙스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다. 그리고 팬들의 반응도 조작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수들도 역시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한다. 또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 잘 하지 않는 내밀한 이야기를 개인 SNS에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기자들도 선수의 SNS를 참고해 기사를 작성한다. 특히 요즘에는 꼭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연예기획사나 정당 등에서도 ‘온라인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콘텐츠가 기사화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보도 방식에 있어 이번 올림픽과 이전 올림픽의 차이가 있다면
국민들이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의 순위나 금메달의 개수를 중요하게 여겼다면 요즘에는 과정 자체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 된 것이다. 언론이 먼저 변화를 일으켰다기보다는 국민들의 시선에 맞춰 간다고 생각한다. 보도 방식의 변화는 이러한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댓글에서도 반응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쉬운 은메달’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최선을 다해서 얻은 은메달인데 값진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린다. 기자는 노력한 선수의 입장을 대변한 것인데도 독자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런 표현을 안 쓰려고 한다. ‘은메달도 잘했다’는 식으로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려고 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4위’, ‘아름다운 4위’와 같은 제목을 쓴다.
예를 들어 1승도 하지 못하고 최하위를 기록한 럭비 대표팀의 경우에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지 않았나. 결과는 안 좋더라도 과정 자체가 멋지다면 충분히 박수를 보내줄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오유빈 수습기자 
oyubin9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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