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보도부장
김은정 보도부장

‘프로불편러’란 ‘매사 예민하고 별것도 아닌 일에 여론을 형성해 논쟁을 부추기는 유난스러운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기자는 프로불편러라 불리는 기자가 되고 싶다. 학내 사안을 중점으로 다루는 보도부 기자가 된 후, 눈에 들어오는 학교의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기자가 쓴 시설청소원의 휴게 공간 문제, 학생회비 횡령이나 오용 문제, 학생 자치기구 투표율 미달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기자가 아니었다면 관심조차 두지 않고 지나갔을 사건들이다. 하지만 기자라는 명분 덕분에 당사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그 이야기들을 학우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진짜 사회에 발을 디디기 전, 작은 사회라는 대학 내에서도 여전히 기자의 눈엔 불편하고 바꾸고 싶은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중 하나가 이번 호에 발행한 누리의 기숙사 거주 문제(▶참고기사: 제767호 1면 「학생에겐 심신안정, 누리에겐 동물학대?」)였다. 이 기사는 1년 전, 서울시립대신문에 입사하기 위해 치뤘던 작문 시험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기숙사 동물매개활동견 ‘누리’, 누리의 입장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해 제출했었다. 학내 사안 중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소재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해당 문제를 정식으로 기사화할 수 있게 됐다.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간절히 바라지만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누리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누리가 기자에게 누리의 심정을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것이었다. 누리에 대해 몇몇 사람들은 ‘저 정도면 개 팔자가 상팔자다’, ‘누리처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개가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시설 청소원의 휴게 공간 문제는 또 어떠한가.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지고 환기도 잘 안 되는 공간이지만 과거엔 별도의 휴게 공간조차 없었다며 예전에 비해 살기 좋아졌다고 말한다. 이 정도면 살만하다고 말한다. 기자에게 ‘별것도 아닌 일 무엇 하러 일을 키우느냐’던가 기자의 질문을 불쾌해하거나 거절하는 인터뷰이도 많다. 그러나 관심 갖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는다. 세상은 계속 바뀌어야 한다. 점차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 때문에 익숙한 우리의 일상에서 별것도 아닌 일을 예민하고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세상에 드러낼수록 세상은 바뀔 것이다. 

‘서울시립대신문 김은정 기자입니다’를 외칠 수 있는 시간 동안 기자는 프로불편러가 되리라. 사실 프로불편러가 된다는 것은 학교와 사회에 많은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조그만 것일지라도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그것이 기자가 학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애정 어린 노력과 표현이다. 그러나 변화는 독자들의 관심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독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보도부장으로서의 앞날과 기사를 기대해주길, 그리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길.


김은정 보도부장
e0623j@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