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동물매개활동

동물매개활동이 진행되던 당시 동물매개활동 RA 지원 자격은 ‘본교 재적생으로서 대형견 관리 가능자’면 누구나 가능했다. 실제 누리를 산책시켜본 나용태(도사 20) 씨는 “건장한 성인 남성인 본인도 혼자 컨트롤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별도의 교육 없이 누리를 산책시킬 수 있었으나 지난 2019년부터는 RA를 통한 사전 교육을 이수해야 누리를 산책시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교육 역시 전문가가 아닌 RA가 유튜브나 서적을 통해 배운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 한계가 존재했다. 지난 2020년 3월부터 12월까지 동물매개활동 RA로 활동했던 최혜민(환조 16) 씨는 “누리가 기본적으로 훈련이 잘 돼 있긴 하지만 산책자가 방심했을 때 누리가 달려가기라도 한다면 성인 남성도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매개활동이 재개된다면 시스템을 정비하고 전문가를 통한 전문적이고 정기적인 교육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 누리의 집은 채 1m도 안 되는 유리문만 있어 누구든 언제나 누리에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은 누리에겐 독이 되기도 했다. 3년간 누리를 봐온 A씨는 “누리 집 안에서 개가 절대 먹으면 안 되는 포도가 발견된 적도 있고 학생들이 누리가 씹어 먹으면 위험할 수 있는 장난감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 기숙사 로비의 거주 공간과 엎드려 있는 누리
▲ 기숙사 로비의 거주 공간과 엎드려 있는 누리

부적절한 보금자리, 미흡한 생활

누리가 거주하고 있는 기숙사 로비는 사람의 통행이 잦고 오토바이와 택배 트럭이 자주 드나들어 많은 소음이 발생한다. 특히 밤새 켜져 있는 조명, 카트 끄는 소리, 거주 공간 앞에 놓이는 많은 양의 택배, 택배를 찾기 위해 오가는 사람들은 누리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누리의 보금자리는 흡연 구역 옆에 위치해 후각이 예민한 개에게 절대 좋은 환경이 아니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우리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누리의 기숙사 거주에 관한 인식 조사’에서 누리의 기숙사 생활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약 35%(123명)였다. 부정적으로 여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누리가 사는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87.8%)’, ‘누리의 건강이 염려되기 때문(53.3%)’, ‘관리가 소홀하기 때문(35%)’이라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사람 입장에선 누리를 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가 될 수 있지만 누리 입장에선 사람 지나가는 소리와 더불어 카트 소리가 크게 신경 쓰일 것”이라며 “거주 공간의 위치를 옮겼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응답자 역시 “산책하는 시간 외에 항상 좁은 공간에 갇혀있어 안쓰럽다”며 “누리가 답답한 철창 속에서 사는 대신 넓은 곳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응답했다. 

누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지난해 5월부터 누리는 새 보호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공개로 홍보를 진행했다는 점 외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얻지 못했다. 설문 조사에서도 누리가 새 가족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94.9%였다. 추후 누리의 거취에 대해서는 ‘입양갔으면 좋겠다(38.6%)’는 의견과 ‘기숙사에 남아있으면 좋겠다(38.3%)’는 의견이 대립했다. ‘누리가 지내는 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73.1%(256명)였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정책팀장은 “누리의 책임자가 전적으로 한 명이 아닌 다수다 보니 발생할 수 있는 책임회피 문제가 걱정된다”며 “현재와 같은 관리 소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나이가 들어 몸이 아플 때나 산책을 시킬 때 주보호자가 있는 가정집에서 지내는 것이 개들에게는 가장 좋다”고 말했다. 

최혜민 씨는 “RA로 활동하며 ‘누리는 행복할까’, ‘언젠가 우리가 떠난다는 사실을 알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인의식을 갖는 것과 진짜 가족이 되는 건 다른 이야기”라며 “주보호자가 아니라면 누리를 책임지는 데 한계가 생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누리에겐 다수의 관심이 아니라 한 가족의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누리를 꾸준히 돌봐줄 수 있는 가족과 함께 누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설문 결과에서 한 응답자는 “학생들의 심신 안정을 위해 동물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내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관리를 잘해준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행정실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정교하고 전문적인 시스템으로 누리를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채 팀장은 “감옥에서 태어났다고 감옥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누리가 어려서부터 자라온 기숙사가 최선의 환경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정의한다. 또한 ‘소유자는 동물에게 운동·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현재 거주 공간과 산책 시간을 볼 때 누리는 충분한 운동과 휴식 및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누리의 생활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기숙사 행정실 측은 누리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글·사진_ 김은정 기자 e0623j@uos.ac.kr 
유은수 기자 silveraqua@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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