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반중 정서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월 중앙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2030 세대 10명 중 6명 이상은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 연령대 평균 53.8%가 중국을 비호감 대상으로 여기는 것과 비교해 더 높은 수치다. 

반중 원인은 정부·개인 등 복합적

청년층에서 유난히 반중 정서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대학 중국어문화학과 하남석 교수는 “강대해진 중국이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하는 두려움과 경쟁 심리가 새로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은 ‘덩치는 크지만 아직 발전이 먼 나라’였으나 현재는 다방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대국이 된 상황이다. 중국의 강대함이 가까운 우리나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중의 새로운 원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이 한국에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청년층의 우려의 원인으로는 중국 정부의 배려 없는 정치·외교·경제적 행보 그리고 중국인에 관한 편견을 꼽을 수 있다. 청년들은 중국 정부의 권위적인 행보와 교양 없는 중국인 경험담을 자주 마주해왔다. 하 교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국 청년세대의 온라인 반중 정서의 현황」에서 청년층 반중 정서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발표문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비호감 이유로 ‘(교양 없는) 중국인’ 48.2%, ‘독재와 인권 탄압’ 21.9%, ‘(사드 등) 외교 문제’ 13.4%, ‘역사문제’ 3%가 꼽혔다. 

반중과 혐중 명확히 구분해야 

청년들은 점점 극심해져 가는 반중 정서를 어떻게 생각하고 표출하고 있을까. 중국을 싫어한다는 우리대학 재학생 A(22) 씨는 “공산주의 체제인 데다가 멋대로 주변국의 문화와 역사를 빼앗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중국 국적의 사람들까지도 부정적으로 본다”며 “중국은 자문화 중심주의가 매우 강한데 그러한 의식이 국민들의 뼛속까지 스며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청년 B(21) 씨는 “중국 정부의 선택에 모든 중국인이 찬성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정부와 개인을 분리해 평범한 중국 사람들은 싫어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온라인상에서는 혐중 표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온라인상에서는 짱개(중국인을 이르는 속어), 착짱죽짱(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뿐), 대륙의 클라스(중국 제품과 건물, 중국인 등을 조롱하는 표현) 같은 혐중 표현이 퍼져있다. 이에 대해 하남석 교수는 “중국에 대한 비판과 단순 혐중은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청년들은 중국이 홍콩과 위구르를 탄압하는 방식이나 중국 체제의 권위주의적 모습을 비판하는 반면 무조건적으로 ‘혐오’를 일삼는 청년도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과잉 대표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혐중을 일삼는데 이들은 모든 타인을 혐오한다”며 과도한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 방식이 위험하다고 전했다. 온라인에 혐오 발언이 계속 등장하면 대중이 반응하고 혐오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하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중국인 유학생 C(31) 씨는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한 중국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온라인상보다 자신의 실제 생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혐오 조장한 언론과 정치권 자성 필요 

청년층의 극단적 반중과 혐중에는 언론과 정치권의 책임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남석 교수는 “청년들의 중국 정부와 중국인을 구분하지 않는 접근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14억 명 이상의 중국 인구가 모두 단편적이고 같은 생각을 가질 수는 없다. 중국에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정부의 검열을 이유로 이러한 목소리들이 잘 알려지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 내 다양한 의견이 우리나라로 흘러오지 않는 이유는 언론의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보도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다수다. 일례로 중국 배구 리그에서 활동하던 김연경 선수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버블*내에서 지낸 사실이 왜곡돼 알려진 적이 있다. 김 선수는 SNS에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국내 언론은 이를 ‘김연경, 중국에서 감금 생활’ 같이 보도한 것이다. 하 교수는 “자극적인 내용과 제목을 좇으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고 혐오를 악용하는 언론과 정치권에 자성이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무조건적으로 중국을 싫어하는 혐중은 오히려 국제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SNS를 통해 위구르와 홍콩 등에 응원 메시지나 기부 릴레이 등의 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긍정적인 국제 정치 참여 방식으로 꼽힌다. 하 교수는 “언론은 이슈를 제대로 보도하고 학자들은 상황을 분석하고 시민은 억압받는 국가나 민족에 대해 지원하고 응원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매학기 한중 학생 150~200명이 참여하는 우리대학 중문과의 C-cafe와 같은 프로그램이 갈등 완충 역할을 해왔다”며 양국 청년들 간 오프라인 만남 확산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버블: 스포츠 경기 중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구분한 격리 구역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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