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두 바퀴로 바라본 기울어진 시립대’ 기사를 통해 수동휠체어를 탄 기자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휠체어 이동 시 겪는 불편을 전했다. 3년이 지난 현재는 상황이 얼마나 개선됐을까. 우리대학 인근 역사에서 출발해 학교에 도착하는 과정을 둘러보고 장애학우들이 전하는 캠퍼스 내 어려움에 귀기울여봤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은 걸음을 내딛는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점자블록은 두 종류로 나뉜다. 동그란 점들이 튀어나와 있는 점형블록은 위치 감지용으로 앞에 차도가 있거나, 길이 나눠져 보행자의 주의가 필요할 경우 사용된다. 4개의 선이 돌출된 선형블록은 방향 유도용으로 문제가 없으니 보행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회기역과 청량리역에서 학교로 오는 길은 대체로 대로변에 점자블록이 잘 배치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기역 2번 출구 근처 시조사삼거리 버스정류장 횡단보도에 설치된 점형블록은 점자를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부분이 지나치게 마모돼 있었다.

후문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이브자리 앞 횡단보도에는 시각장애인에게 신호를 알려주고 보행을 안내하는 음향신호기가 잘 작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음향신호기 위치를 인식하기 위해 필요한 점형블록이 없어 시각장애인이 버튼을 찾아 누르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보였다. 비장애인 학우에게도 가파르고 위험한 후문 경사 길은 휠체어를 탄 학우에게 큰 걸림돌이다. 김민수 씨는 “전동휠체어를 오래 사용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미끄러질 우려가 있어 위험하기 때문에 되도록 정문으로 다닌다”고 말했다.

경사 길을 지나 학교로 진입한 후에도 휠체어를 막아서는 장애물은 존재했다. 캠퍼스 내 오토바이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후문 횡단보도의 볼라드(말뚝)는 휠체어 이동을 어렵게 만들었다. 김 씨는 “볼라드가 설치된 이후로 휠체어 통행에 어려움을 겪어 장애학생지원실에 건의했다”며 “이후 볼라드를 하나 제거해주셔서 이동이 편리해졌다”고 전했다. 다행히 최근 정문과 중앙로의  볼라드는 휠체어의 이동을 보장하는 형태로 설치돼 큰 무리가 없었다.
 

볼라드는 제거됐지만 점자블록이 없는 후문 횡단보도
볼라드는 제거됐지만 점자블록이 없는 후문 횡단보도
휠체어 통행을 고려해 설치된 정문 볼라드를 수월하게 통과하는 김민수 씨
휠체어 통행을 고려해 설치된 정문 볼라드를 수월하게 통과하는 김민수 씨

청량리역에서 우리대학으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장벽에 가로막혔다. 청량리역 광장에는 시각장애인이 의지하고 따라가야 할 점자블록 길에 자전거와 오토바이, 킥보드가 주차돼 있었다. 주차를 금지하는 안내문과 작은 표지판이 있었으나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기자들이 청량리역 광장을 관리하는 롯데백화점 측에 문의하자 “주차 현장을 발견할 시 구두로 제지하고 있으나 주민들이 잘 따르지 않는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백화점 측에서 다음 날 오전부터 더 큰 크기의 안내문을 추가 게시했으나 이후에도 빽빽이 서있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안내판의 실효성이 없음을 증명했다. 시민들의 협조는 물론 관리부서의 적극적인 계도와 대안이 필요해 보였다.
 

점자블록 길에 빼곡히 늘어선 자전거와 오토바이
점자블록 길에 빼곡히 늘어선 자전거와 오토바이
기자들의 문의 이후 추가 배치된 청량리역 광장 안내문
기자들의 문의 이후 추가 배치된 청량리역 광장 안내문

횡단보도와 점형블록은 보행 방향과 일치하게 설치돼야 한다. 그러나 정문을 지나 100주년기념관에서 조형관으로 가는 길에 존재하는 짧은 횡단보도의 점형블록은 차도를 향하게 배치돼 있어 자칫하면 블록에 의지해 걸음을 내딛는 시각장애인을 차도로 인도하지 않을까 우려됐다. 특히 해당 횡단보도는 지하주차장에서 입출차하는 차들이 많아 위험한 장소다. 이처럼 기자들의 시선으로도 장애학우들이 캠퍼스를 오가는 길에 마주할 크고 작은 어려움을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100주년기념관과 조형관 사이 횡단보도의 실제 횡단방향과 점자블록 유도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
100주년기념관과 조형관 사이 횡단보도의 실제 횡단방향과 점자블록 유도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동권, 느려도 한걸음씩 

실제 휠체어를 탄 학우와 함께 캠퍼스를 돌아보며 이동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방역 수칙으로 인해 주중 건물 출입 시에도 학생증을 태그해야 출입문을 열 수 있게 됐고 주 출입문을 제외한 출입문은 모두 폐쇄됐다. 이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우의 이동에 어려움을 초래했다. 인문학관 주 출입문은 자동문에 경사로까지 설치돼 있지만 주 출입문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개의 계단을 거쳐야만 접근할 수 있다. 창공관 역시 주 출입문은 계단으로만 통행이 가능했다. 이에 대해 김민수 씨는 “수업이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돼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동아리활동이나 건물 이용에 지장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학생지원실에 건의를 드려 인문학관의 경우 중앙로와 연결된 출입문과 엘리베이터가 위치한 우측 출입문이 개방됐고 창공관은 경사로가 있는 좌측 출입문이 개방됐다”고 말했다.

3년 전 우리대학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실태를 다뤘던 기사에서 인문학관의 경우 자동문은 설치돼 있지만 경사로는 설치돼 있지 않아 휠체어의 출입이 불가능함을 지적했다. 3년이 지난 현재 주 출입문에 경사로가 설치됐으며 이번 학기 초 모든 층에 접근 가능한 엘리베이터도 추가 설치돼 인문학관에서의 이동이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도 존재했다. 뇌병변장애로 인해 걸음이 불편한 우리대학 재학생 B(21) 씨는 “인문학관 주 출입문으로 가는 길에 있는 벽돌 계단은 손잡이가 없어 벽돌을 짚고 올라야 하는 상황”이라며 “작은 불편함이지만 이동에 난관이 있다”고 전했다. 비장애인 학우에게는 낮은 계단이지만 장애가 있는 학우에게는 큰 불편으로 다가온 것이다. 김민수 씨는 “여전히 행정상으로 무언가를 시행할 때 보행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인문학관 주 출입문으로 가는 길의 벽돌 계단
인문학관 주 출입문으로 가는 길의 벽돌 계단

지난 2018년 개관한 100주년기념관은 우리대학 내 유일하게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인증을 받은 건물이다. 그러나 100주년기념관의 주 출입문은 자동문이 아닌 여닫이문이기에 문이 닫혀 있다면 휠체어를 탄 학우는 학생증을 태그한 후 손과 발을 이용해 문을 열고 출입해야 한다. 김민수 씨는 “주중에는 주 출입문이 열려있어 큰 불편은 없다”며 “100주년기념관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시설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⑤ 100주년기념관의 여닫이문을 손과 발을 이용해 여는 김민수 씨
100주년기념관의 여닫이문을 손과 발을 이용해 여는 김민수 씨

원론적 자세 벗어나 융통성 있는 대처로 나아가길

우리대학 장애학생지원실은 장애학우의 우선 수강 신청을 돕거나 장애대학생 교육지원인력을 통해 강의 대필이나 수업 보조, 생활 보조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업 협조에 대한 협조문 발송과 보조공학기기 및 학습보조기기 대여, 장애학우 정기 면담과 간담회, 취업 정보 및 각종 대외 진로와 취업지원 프로그램 안내, 장애학생휴게실 및 스터디룸을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A씨는 “온라인 수업 시 수업내용을 실시간으로 타이핑해주는 교육지원인력을 지원받기도 하고 대면 강의나 대면 시험 시 교수님께 장애 상태를 말씀드려 교수님께서 주요 내용을 칠판에 필기해주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민수 씨는 “(장애학생지원실에서) 취업에 필요한 정보나 공모전도 많이 알려주신다”며 “자그만 불편에 대해서도 늘 귀 기울여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장애학생지원실의 대처가 미흡한 경우도 존재한다. B씨는 “지난해 2학기 기말시험 당시 시험시간 연장을 지원받아 법학관에 있는 장애학생지원실에서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시험 전날 밤 갑작스레 내린 눈에 시험 당일 아침 이동이 힘들 것 같아 이동 도우미를 보내주실 수 있느냐”는 요청에 장애학생지원실로부터 “미리 이동 도우미를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이 곤란하다”며 “조심해서 와달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홀로 길을 나선 B씨는 눈길에 넘어지기도 했다. 그는 “원론적인 답변보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에 대해 예외를 뒀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장애학생지원실 담당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오랜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장애학생지원실 이용이 어렵다고 느껴질 것 같다”며 “만약 장애로 인해 학교생활이나 학업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장애학생지원실의 문을 두드려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우리대학만의 문제 아냐, 교육계 전체 변화 선행돼야

A씨는 “우리대학의 경우 장애인 학습권이 비교적 잘 보장돼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체장애나 청각장애, 시각장애 등 다수의 장애 유형이 아닌 경우 장애학우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하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는 학교 측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계 전체에서 각 장애 유형 별로 필요한 이동권, 학습권, 생활권 지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육계에서 비장애인 학우뿐 아니라 장애인 학우들이 있음을 인지하고 장애 유형 별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세세하게 파악해 배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학우나 우연히 대화하게 된 학우가 장애학우일 수도 있다”며 “우리대학 학우들이 이를 상기해 모든 이들을 배려하는 시대인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민수 씨는 “먼저 다가와 주면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장애학우는 물론 장애의 정도가 약해 비장애인과 차이가 크지 않은 비가시적 장애를 가진 학우를 만나면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주셨으면 한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다. 


글·사진_ 김은정 기자 e0623j@uos.ac.kr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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