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고용률을 충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채용된 장애인 직원들이 잘 지낼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 역시 필요해요.” 우리대학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실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교직원 장지혜 씨는 위와 같이 답했다. 앞선 1면 기사에서는 우리대학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충족 현황을 살펴봤다. 장애인 의무고용률 3.6%의 절반도 못 미치는 교육공무원의 장애인 고용률(1.5%)과 달리 대학회계직원(3.6%)과 공무직 노동자(4.9%)는 의무고용률을 충족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은 채용된 장애인 직원이 근무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을까. 재직 중인 장애인 교직원과 인권센터 이주현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정보기술관 앞을 가로막고 있는 볼라드. 휠체어를 타고는 건물 안으로 출입할 수 없다.
▲ 정보기술관 앞을 가로막고 있는 볼라드. 휠체어를 타고는 건물 안으로 출입할 수 없다.

멀고 먼 배리어프리의 길

“캠퍼스가 완만하고 공립대학인 만큼 기대가 컸는데 배리어프리 공간이 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교직원들이 공통으로 꼽은 우리대학의 가장 큰 문제는 이동권 제약이다. 특히 교내 설치된 볼라드(말뚝)가 자주 언급됐다. 정문과 중앙로, 후문에 설치됐던 볼라드는 장애 학생과 장지혜 씨의 지속적인 건의로 이동이 편하도록 일부 제거되는 등 개선됐지만 여전히 가로막힌 곳이 존재했다. 정보기술관에 가기 위한 경사로에는 볼라드가 촘촘히 설치돼 있는 데다가 다른 경로는 모두 계단을 거쳐야 해 휠체어를 타고는 출입이 불가능했다. 장 씨는 “홍보물 부착을 위해 건물에 출입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보기술관은 볼라드에 막혀 매번 들어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휠체어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제거된 볼라드는 또 다른 우려를 낳았다. 시각장애를 가진 교직원 A씨는 “볼라드가 빠져 생긴 홈에 발이 빠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내 유일하게 배리어프리 인증을 받은 건물인 100주년기념관에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존재했다. 100주년기념관 AV룸을 가는 경로엔 계단만이 존재해 장 씨는 누군가에게 휠체어를 들어 옮겨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100kg이 넘는 전동휠체어를 타고서는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 인권센터에서 비교적 가벼운 수동 휠체어를 빌려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외에도 중앙로 옆 벤치는 모두가 쉴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임에도 턱이 있어 접근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A씨는 “보도나 계단이 고르지 않고, 계단과 턱에 점자블록이 거의 없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이어 “위치를 외우고 적응하며 최대한 조심하고 있지만 안전과 연결된 부분이다 보니 불안한 생각이 든다”며 우려를 표했다.

캠퍼스 내 이동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인사이동 과정도 순탄치 않다. 총무과 담당자는 “순환보직을 위한 부서 배치 시 장애인 직원에 대한 편견을 가진 분들이 종종 있다”며 “장애를 가진 직원은 해당 부서 업무를 맡기 어려울테니 비장애인을 배정해주셨으면 한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막상 실제로 장애인 직원과 함께 근무하면서 편견이 사라져 인식이 개선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열악한 시설에 대한 지적도 있다. 장애학생지원실 이주현 담당자는 “오래된 건물이 많다 보니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곳이 꽤 있다”고 언급했다. 장애학생지원실에서 제작한 ‘장애편의시설안내도’에 따르면 제2공학관은 장애인화장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창공관에 단 하나 존재하는 장애인화장실은 남성용이며, 전층에 장애인화장실이 갖춰진 건물은 캠퍼스 내 100주년기념관 단 한 곳뿐이다. 

장애학생지원실 “더 많은 지원하고 싶지만…”

장애학생지원실은 우리대학 내 장애학생의 장애 유형과 인원수를 파악해 지원하고 있다. 반면 장애인 교직원의 경우 개인정보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통계자료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주현 담당자는 “장애인 학생 외 교원과 교직원에 대한 자료는 제공되지 않아 우리대학 내 장애인 교원이 있는지 전혀 몰랐던 적도 있다”고 전했다. 교직원 측에서 먼저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아니면 채용 공고를 보고 새로 입사한 장애인 교직원에게 일일이 연락해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이 담당자는 “그렇게 알게 된 교직원분들과 식사를 하거나 직접 만나는 과정에서 다른분을 소개받아 한 분씩 알아가는 등 열악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떤 유형의 장애를 가진 교직원이 몇 명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보니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쉽지 않다.

이 담당자는 “그럼에도 휠체어 등 기기 대여나 교내 불편사항 개선 등을 요구해주시면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내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장애학생지원실에서 보조공학기기 및 학습보조기기 대여와 상담을 지원받을 수 있다. 배리어프리를 위해 매년 조사를 바탕으로 ‘장애인편의시설안내도’를 제작해 △장애인화장실 △승강기 △경사로 △점자블록의 존재 여부와 상태를 공지하기도 한다.

한편 이 담당자는 “혼자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캠퍼스 내 문제점을 찾기에 한계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장애 유형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르고 비장애인 시각으로는 안 보이는 것들이 있어 아무리 조사를 해도 부족한 부분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당사자분들의 얘기를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며 어려움이 있다면 부담 없이 찾아줄 것을 강조했다.

우리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학내 장애인 구성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선 인권센터뿐 아니라 여러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대학 교직원들은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지만 1년에 2시간으로 한정돼 있다. 장지혜 씨는 “수많은 장애 유형을 2시간짜리 교육에 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실제 교육도 장애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등 추상적이고 누구나 아는 얘기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내 장애인 구성원 수의 증가도 중요하다. 장 씨는 이동권 문제 개선을 위해 항의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장애를 가진 인원 자체가 적어 목소리가 작다 보니 해결 과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재학했던 대구대학교의 경우 장애학생이 많다 보니 장애인 교직원이 일하기에도 물리적인 환경이나 사람들 인식 자체가 편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기숙사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이야기하자 즉시 고치거나 교외로 나갈 때 셔틀 차량을 지원해 주는 등 적극적인 의지와 풍부한 지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장 씨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시립대인 만큼 의무고용률 3.6%에서 진보해 장애인 교직원을 더 고용하고, 채용된 직원들에게 좋은 환경을 갖춰 모범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이세나 수습기자 lsn030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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