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기사: 제773호 2면 「누수 문제 도돌이표, 보수 공사도 무용지물」

우리대학 내 발생하는 누수에 대해 시설과는 건물 노후가 주원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100주년기념관과 미래관 등 신축건물에도 누수가 이어지면서 부실 공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캠퍼스 내 누수 현황을 재점검하고 원인을 파헤쳐봤다.
 

▲ 누수로 천장이 뜯어진 채 방치된 21세기관 3층 복도
▲ 누수로 천장이 뜯어진 채 방치된 21세기관 3층 복도

하자 없는 건물 찾기 어려워

“서울시립대는 건물을 지으면 기본 삼세번은 보수공사를 해요.” 캠퍼스 내 누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곳이 없다던 환경미화원 A씨의 발언이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100주년기념관 △전농관 △미래관 △21세기관 △건축공학관 △학생회관 △대학본부 △법학관 △자연과학관 △인문학관 △미디어관 △중앙도서관 12개의 건물 모두 물이 새거나 물고임 현상이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 B씨는 “최근에 지어진 음악관을 포함해 거의 모든 건물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도의 차이가 있어 조명되지 않은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곳은 21세기관이었다. 2층 국제회의장 앞에는 누수로 생긴 듯한 천장 구멍에서 물이 떨어져 커다란 양동이 두 개를 받쳐두고 있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임에도 3층 도시방재연구소 앞에는 계속해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더러운 물이 고인 양동이와 아무렇게나 뜯어진 채 방치된 천장이 눈에 띄었다. 도시방재연구소 신현솔 담당자는 “복도 중앙에 놓인 양동이 탓에 다닐 때 불편한 건 물론, 뜯어진 천장 사이 노출된 전선에 감전될까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재난과학과 윤명오 교수는 “이전에 진행한 자연채광 조명 공사 당시 슬래브*를 뚫은 후부터 물이 새기 시작했다”며 21세기관의 누수 원인을 추정했다. 3층에서 근무하는 C씨는 “시설과에서 벌써 여러 번 보고 갔다”며 “방수공사를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자연과학관에 위치한 우체국은 종이 자료가 많아 물이 새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우체국 김태기 국장은 “지난 8월 대회의실 입구까지 빗물이 들어와 자료 훼손이 우려돼 총장실에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2~3일만에 조치가 취해져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수 여파로 물을 흡수한 나무 바닥은 울퉁불퉁하게 변형돼 있었다. 김 국장은 “바닥의 수평이 맞지 않으니 저울에 오류가 나 사용을 거의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건물마다 누수가 반복되는 원인에 대해 시설과 담당자는 “우리대학 내 건축물 38개동 중 26개동이 준공 후 20년 이상 지난 건축물이기 때문”이라며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신축건물부터 새 단장한 건물까지

지난 2018년 개관한 100주년기념관은 신축건물임에도 누수가 발생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달 8일, 3층 로비 조형물 앞에는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빗물을 받기 위한 양동이 두 개가 놓여있었다. 나동 2층에 위치한 장애인신체활동연구실은 누수로 천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B씨는 “100주년기념관이 지어진 첫해부터 물이 샜는데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건물에서도 누수가 발생하는 이유를 묻자 시설과 담당자는 “직사광선에 건물이 장시간 노출되거나 옥상 사용자 출입이 늘면서 방수층이 파손됐고 창문 실리콘 변형 등으로 생긴 미세한 틈으로 빗물이 침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학생회관 지하 1층은 배관 이상, 허술한 가벽 마감 등으로 부실 공사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기자가 학생회관 지하를 찾은 이번달 말에는 가을임에도 습기로 인해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교내서점 대표 신용억 씨는 “지하에 물이 찼던 이전과 달리 이번 여름에는 방수 시설이 마련돼 피해가 없었지만 리모델링 후 전체적으로 물이 고이고 습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D(36) 씨는 “이번 여름 습기를 먹어 변형된 종이가 많아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마루연습실 바닥은 제습기가 무색할 정도로 축축했고 물을 흡수하기 위한 걸레가 널브러져 있었다.

학교 이미지 훼손과 안전불감증 낳기도

방치된 누수는 학교 이미지를 훼손하기도 한다. 윤명오 교수는 “외부에서 방문한 인사로부터 ‘서울시립대가 등록금을 싸게 받더니 시설관리가 엉망’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누수가 발생해 습기가 차면 화재경보기가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B씨는 “센서가 10번에 9번은 오작동을 일으켜 이제는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직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전했다.

누수 현장에 있던 학내 구성원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원인 중 하나는 리모델링이다. 채광 공사 전 물이 새지 않았던 21세기관과 리모델링 이전에는 누수가 없었던 중앙도서관이 그 근거다. 윤명오 교수는 “시설을 뜯어내고 여기저기 건드리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당자의 짧은 보직 기간도 문제다. 보통 연 단위로 공사가 진행되는데 담당자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건축학부 현창택 교수는 “하자가 발생한 부분을 임기응변식으로 보수하는 것보다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한 종합 진단을 받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시설과가 요청한다면 전문가를 연결해줄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누수에 대한 보수공사 계획을 묻자 시설과 담당자는 “매년 방수공사 관련 예산을 확보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시설물의 누수 빈도 증가와 더불어 원인이 복합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연차별 계획을 세워 공사 진행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방수공사 후 누수를 확인하고 조치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해결 의지를 밝혔다.

*슬래브: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상판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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