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 <결혼과 가족> 수강생들이 교정에서 단체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수업이 한창인 우리대학의 한 강의실, 이곳에서는 연인 관계를 연출하는 학생들의 역할극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인간관계의 이해> 수업시간이다. <인간관계의 이해> 수업은 매주 한 가지씩 대인관계에 대해 살피고 토론한다. 역할극이 끝나자 한 남학생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남학생은 역할극 중 이성 친구와 통화하는 장면에 공감했다며 비슷한 상황으로 전날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상황을 두고 남녀의 생각 차이를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여자 친구와 이 수업을 같이 들었더라면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인간관계의 이해>를 담당하는 주수현 교수는 “이성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은 대학 시절 여러 번의 연애를 해봄으로써 이성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며 자신에게 맞는 배우자상을 만들어간다. 대학생들이 이성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발달 과정상 당연하다”며 수업의 반응이 좋았던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대학 뿐 아니라 최근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의 이러한 관심사를 반영해 교양과목으로 ‘연애’를 다루고 있다. 국민대 <부모연습>, 동국대 <결혼과 가족>, 서강대 <결혼 준비 특강>, 연세대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등 강의 제목도 다양하다.    


동국대 <결혼과 가족>, 수강생끼리 가상 연애 체험

“많이 알아도 행하지 않으면 실전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해요” 동국대 <결혼과 가족> 강의를 담당하는 장재숙 교수는 사랑과 이별, 결혼 등과 관련해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수업을 계획했다.

동국대 <결혼과 가족> 수강생들은 한 명당 평균 5주씩 3명의 파트너와 가상 연애를 하게 된다. 개강 후 첫 시간, 60명의 학생들은 간단한 자기소개 후 1차 파트너를 정한다. 서로를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1차 파트너의 경우, 상대의 첫인상만을 가지고 파트너를 선택한다. 장재숙 교수는 “첫인상만으로 파트너 선정을 해서인지 1차 선택의 경우 대부분 외모를 가장 중요시하는 것 같았어요. 반면 2차, 3차 선택은 성격이 맞을지, 수업시간에 유머러스함은 얼마나 돋보였는지, 배려심이 있는지 등 내면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여요”라며 학생들의 파트너 선택 기준을 분석했다.

선택이 끝나면 파트너로 맺어진 두 학생은 나란히 앉아 수업에 참여한다. 수강생들은 사랑과 이별, 데이트 폭력, 남녀의 차이 등의 주제로 의견을 공유하게 된다. 이외에 총 3번에 걸친 데이트 미션이 주어진다. 1차 데이트는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인사동 전통 찻집을 방문하고 2차 데이트는 동국대 교정에서 단체 데이트를 즐긴다. 장재숙 교수는 “이번 학기에는 교정 곳곳에 보물을 숨겨둬 보물을 찾은 커플들에게는 영화보기, 쇼핑하기 등 지정 미션을 수행하게 했어요”라며 데이트 활동을 소개했다. 학생들은 3차 데이트를 통해 명동성당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관계를 마무리하기도 하고, 명동거리 한복판에서 인증 사진을 찍음으로써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연애를 할 때 실패를 경험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 강의를 계획한 것은 절대 아니에요. 사랑을 하면서 아픔을 경험하는 것도 성장 과정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죠. 단, 사랑을 하고 실연을 극복하는 과정도 연습을 해 봐야 실전에서 성숙한 태도로 그러한 상황을 맞이할 거라 생각해요” 장재숙 교수는 이와 같이 수업의 목적을 설명하는 한편, 지난 학기에 10호 커플이 탄생했다며 뿌듯해했다.


연세대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연애’를 주제로 토론

“‘사랑에 실패했다고 인생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사랑이 떠나간다고 해서 크게 낙담하지 말기 바란다. 청춘이니까 실패하고 청춘이니까 또 기회가 온다. 다만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열렬히 최선을 다해 사랑하겠다는 자세만은 잊지 말자”

윗글은 학생들의 연애 상담 내용과 자신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전용관 교수의 책,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의 일부다. 자신의 저서와 이름이 같은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강의를 담당하는 전용관 교수는 “제가 24살에 결혼한 이후로 연애 상담을 하다보니 잘못된 연애 방식 때문에 그릇된 선택을 내리는 학생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고자 9년째 연애 관련 강의를 하고 있어요”라며 수업을 마련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강의는 남녀비율을 맞춰 소그룹으로 이성 관계에 대해 토의하거나 로맨스 영화를 보고 소감을 발표하는 등 자유로운 형태로 진행된다. 또한 16명의 수강생이 함께 엠티를 떠나 연애를 주제로 심화된 토론을 하기도 한다. 지난 3일에는 연세대 학생들에게 남녀의 사랑과 관련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남녀관계를 함께 토론하는 포럼을 열기도 했다. 전용관 교수는 “저는 연애는 많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좋은 배우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경험의 과정에 놓여있는 학생들에게 연애에 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글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사진_ 동국대 <결혼과 가족> 강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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