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을의 공식

 도시의 형성은 우리 삶에 많은 편리를 가져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모이면서 도시는 나날이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공동체의 파괴, 개인 소외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4년차에 접어든 지금, 마을은 도시 속 여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있을까. -편집자주-


‘성미산마을’, ‘산새마을’, ‘성대골마을’… 서울에 ‘마을’이 등장했다. 기존의 딱딱한 지명에서 개성있는 이름을 얻은 서울의 마을들은 활력이 넘친다. 삭막한 도심 속에서 고립됐던 주민들이 마을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을 통해 이웃 간의 커뮤니티를 조성해 여러 도시문제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해결하도록 돕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마을 만들기를 통해 이웃의 삶을 돌보는 문화를 조성하고 일정 수준의 자족 가능한 삶의 틀을 제공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는 마을 사업 공모전을 하거나 마을박람회 등을 개최해 지속적으로 마을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주민 참여를 통해 밑에서부터 마을 만들어

서울시의 마을 만들기 사업은 사람중심, 과정중심, 민관협력의 세 가지 원칙을 따른다. 서울시는 행정기관의 주도가 아닌 주민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서울혁신기획관 서진아 담당관은 “마을 만들기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참여에 의해 아래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정책적으로 시행하되 주민과 시가 협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민주도의 마을 공동체 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서 담당관은 “이전에는 비영리민간단체나 사단법인만 공모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 개인에게 지원을 할 수 없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이 그 문턱을 허물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사업 지원의 문턱을 낮춰 서울시민 3인 이상이 공동체를 조직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서울시는 시에서 정한 주제가 아닌 주민 스스로 정한 주제를 통해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주민들로부터 사업내용을 지원받아 활동 공간이나 비용을 지원하는 ‘우리마을 지원사업’이 있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주민참여심사 ▲찾아가는 마을강좌 ▲찾아가는 마을상담 등 사업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제공한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2014년 서울시에서 5개의 마을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의하면 ‘마을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와 ‘지난 1년간 마을활동 만족도’ 모두에서 85%의 시민이 대체로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이 출범한 2012년 이래로 사업을 통해 3천여 개의 주민모임이 만들어졌고 10만여 명의 서울시민이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티 영역을 넓혀가는 마을 주민들

서울시는 ‘부모커뮤니티 사업’과 같이 다양한 테마를 가진 소규모 공동체의 활성화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다문화가정, 교육, 취미 등 다방면으로 커뮤니티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마을 커뮤니티 공간인 ‘아차산아래 작은도서관 놀자’를 관리하는 자원봉사자 김지은 씨는 “도서관에서 단순히 도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부모교육이나 책 강좌, 각종 소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만남의 장을 만들기도 한다”며 다양한 커뮤니티 형성 방법을 밝혔다.

지역구 내 타 모임과의 교류도 가능해졌다. ‘우리마을 프로젝트’ 등의 사업에서 서울시는 주민모임 간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사업전략과 우수마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페이스북 페이지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나 네이버 카페 ‘서울인어울마당’ 등을 통해 자치구 간 네트워크가 자발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서울 지역  밖으로도 커뮤니티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마을인연맺기’ 사업을 통해 서울과 지방의 40개 마을이 총 20쌍을 이뤄 서로 교류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서울에 한정되지 않고 타 지역 마을들과 서로 동반자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유와 연대로 사회적 경제의 기반을 마련해

마을 만들기는 단순 커뮤니티 형성을 넘어 사회적 경제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마을 기업이다.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인 마을 기업은 이윤 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정석 위원장은 “마을 기업은 사회적 기업으로 공유와 연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약육강식의 시장 논리에서 다소 벗어나 우리들 삶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마을 기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마을 만들기는 시민들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웃들과 공유하고 연대하며 공동의 목표를 풀어나가면 그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며 마을 만들기를 통해 경제적 이익 또한 창출할 수 있음을 말했다. 마을 식당이나 마을 극장 등을 만들면 주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을 기업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사회에 복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길음동에 있는 마을 기업 ‘살기좋은마을’은 일자리를 구하는 노인들에게 아파트단지 내 택배 업무를 준다. 상대적으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노인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강도와 보수를 가진 업무를 제공해 경제·복지 양쪽 측면 모두에서 성과를 냈다. 수유동에 있는 ‘함께웃는가게’ 역시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장애인들의 자립을 도와 지역사회의 복지를 담당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의 방향에 대해 정 위원장은 “개개인이 진정한 시민과 국민이 되는 시작은 마을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마을 만들기를 통해 개개인들이 마을의 주인이 되는 꿈을 가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글_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사진_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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