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이유로 진입장벽이 높은 서적, 바로 자서전과 평전이다. 누구나 한번쯤 자서전과 평전을 읽으려다 그 어마어마한 두께에 놀라 금세 마음을 접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색다른 평전이 있다.
예쁜 하드커버에 분량은 고작 150쪽 남짓. 착한 외관뿐만 아니라 내관 역시 아름답다. 풍부한 그림과 사진, 심지어 그래픽 노블도 들어 있어 독자들의 눈을 피로하지 않게 한다. 그 뿐이랴. 한 인물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시각 및 평가가 더해지고 그 인물과 함께한 인터뷰까지. 마치 자서전과 평전을 함께 읽는 기분인데 그 깊이 또한 무척 깊다.
어떤 잡지길래 이렇게 입에 침이 마르게 설명을 하는 것일까. 한 호에 한 인물만 소개하는 격월간 잡지 『biograph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떻게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잡지를 창간할 생각을 했을까. 궁금한 기자가 직접 격월간 『biography』의 이연대 편집장에게 물어봤다.

- 격월간 『biography』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됐나
스티브 잡스의 평전을 읽다 아이디어를 얻었다. 언론을 통해 접한 그의 삶은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보다 극적이었다. 그런데 900쪽에 달하는 책을 옮겨놓으니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더라. 원저자나 번역가의 글솜씨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평전이 지닌 형식상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떻게 ‘잡지’의 형태로 만들 생각을 했나
한 인간이 지닌 삶의 다양성을 보여 주기엔 잡지만한 형식이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삶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고, 텍스트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잡지처럼 계통 없는 사건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잡지 형식이 이런 삶의 양태와 가장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 다른 자서전, 평전에 비해 『biography』가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평전 잡지다. 화보와 일러스트 페이지가 곳곳에 삽입돼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잡지와는 달리 광고가 없고 소장가치가 있다. 우리는 잡지라는 매체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창간에 앞서 몇몇 사람들과 심층면접을 실시했는데, 잡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광고가 많다’, ‘한 번 읽고 마는 책’, ‘가십성 기사’라고 답했다. 그래서 우리는 광고를 없애고, 양장본으로 발행해 소장 가치를 높이고, 텍스트가 강조되는 잡지를 만들고자 했다.

- 앞으로 어떤 잡지를 만들고 싶나
『biography』는 평전 도서가 아니라 인물 잡지다. 우리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인물들에게 작동하는 편견을 해체하고자 한다. 또한 자서전 및 평전에 대한 편견도 깨보고 싶다. 방대한 분량이 올바른 이해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짧아야 읽히는 시대가 됐다. 인물에 대한 이해가 오해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책을 읽다가 던져 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흥미로운 인물 이야기와 감성적인 그래픽을 결합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잡지를 만들 것이다.


글 · 사진_ 정수환 선임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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