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지지 못한 그날의 목소리

11월 14일 서울 도심에 10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집회참가자들은 국정화, 노동개혁, 농업 등 각 주제별로 요구사항을 외치며 민중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 이들은 청년, 농민, 노동자, 빈민, 장애인 등 19개로 나뉘어 사전집회를 진행한 후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고자 했다. 10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서울시립대신문이 지켜본 민중총궐기의 시작부터 해산의 순간까지 그 현장의 모습을 전한다. - 편집자주 -

▲ 헬조선을 뒤집는 5개의 불주먹 퍼포먼스
혜화역 2번 출구 앞에 수천 명의 청년학생들이 모였다. 평소 언론에 비춰지는 ‘사회에 관심없는 무기력한 청년’들의 모습이 아니였다. 어쩌면 지금 사회에서 개개인으로는 말하기 힘들었을,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모두 모인 것이다. 그들 위로는 우뚝 솟은 깃발들이 펄럭였다. 수많은 집단, 수많은 사연을 담은 깃발들. 생김새도 색도 모두 달랐지만 그 깃발들이 지향하는 지점은 단 한군데였다.

이윽고 ‘헬조선 뒤집는 청년총궐기’가 시작됐다.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상임대표는 “우리를 보고 흔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 보여줘야 한다. 우리도 계란이 아니고, 그들 역시 바위가 아니란 것을”이라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어 학생들은 청년총궐기의 주요사안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대학구조개혁평가, 등록금 등 우리나라를 헬조선으로 바꾼 주역들을 비판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학생들은 일제히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김한성 의장은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지 못해 학자금 대출은 쌓여가고 대학생 신용불량자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며 “정부에서 내걸었던 공약인 반값등록금이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박종진 총학생회장은 “지금의 사립대학은 교육기관이 아니다. 돈벌이에 눈이 먼 대학들이다. 학생들은 그저 그들에게 돈벌이의 수단”이라며 사립대의 현실에 대해 개탄했다.

청년학생들이 주체가 된 집회인 만큼 다양한 퍼포먼스들도 이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동아리인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노래에 맞춰 율동을 했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대표자는 “일본학생들이 ‘국정교과서 문제는 같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우리도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해 싸우고 있을 테니 한국 학생들도 한국의 역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현 사회를 풍자하는 콩트와 무대가 이어졌다.

이윽고 끝이 다가오자 모두가 하나 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청년들을 괴롭히는 헬조선’이라는 문구를 적은 종이를 5개의 불주먹으로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이다. 불주먹은 맨 뒷자리에 앉은 사람으로부터 맨 앞의 무대까지 모두의 손을 거쳐 전해졌다. 그 불주먹에는 ‘세상을 바꾸는 청년들의 패기’, ‘헬조선을 만드는 정치인 퇴출’, ‘청년들이 살고싶은 나라’, ‘청년들의 조직된 힘’, ‘4월 총선 90%의 청년투표율’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5개의 불주먹에는 청년학생들의 소망이 담겨져 있었고, 이는 헬조선을 격파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청년총궐기는 마무리됐다.

시위에 참여한 A(23) 씨는 “이 현장에 나오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현장에서 수많은 청년학생들을 만나며 용기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년총궐기가 끝난 후, 서로가 낯설었던 이들에게 생긴 ‘연대’라는 감정은 남은 민중총궐기를 위한 원동력이 됐다. 그들은 모두 함께 일어나 다시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수많은 깃발들 역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며 그렇게 모두 광화문으로 향했다.

글·사진_ 정수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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