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그거 애들이나 보는 거잖아.”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 =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TV, 영화할 것 없이 아동 애니메이션들이 우리나라 시장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언제부터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의 전유물이 된 것일까.

애니메이션 초창기만하더라도 어린이용, 어른용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어린이가 애니메이션의 주 타깃이 된 것은 디즈니의 ‘백설공주’가 나온 1937년부터다. 한창완 한국애니메이션학회장은 “1930년대에 불어 닥친 대공황이 애니메이션 산업을 크게 바꿨다. 성인들은 문화생활에 지갑을 열지 않을 정도로 소비가 위축된 상태였지만 자식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투자하는 시기로 여겨졌기 때문에 이런 심리를 잘 파고든 디즈니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디즈니의 시도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유럽의 설화나 민담을 소재로 하는 동화 애니메이션들이 대공황 이후 등장했다. 같은 흐름 속에서 방송국들도 애니메이션의 방영을 어린이들이 많이 보는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편성했다.

이러한 디즈니는 1980년대에 위기를 맞게 된다. 기존의 애니메이션이 ‘스타워즈’와 같이 새롭게 등장한 참신한 작품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새로운 사장으로 부임한 제프리 카젠버그는 애니메이션의 대대적 개혁을 시도했다. 어린이용이 아닌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의 확장을 고안해낸 것이다. 남녀 주인공의 비중을 키우고 멜로 코드를 집어넣었다.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알라딘,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에 이르기까지. 성인도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들이 만들어졌다. 이제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도 견줄 수 있을만한 경쟁력을 가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 = 어린이용’이라는 인식도 옅어졌다.

국내에서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겨울왕국’을 비롯해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어린이들만 향유하는 문화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은 ‘유치하다’는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한다. 한창완 한국애니메이션학회장은 이러한 편견이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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