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당선작>
어둠 속에서만 그림자는 선명하고
희미해진 기억은 이미 온 얼굴을 덮었다
새가 날아간 뒤
새벽하늘은 붉은 기억으로 두근거리지
베란다 가장자리 나팔꽃 화단에는
할머니의 발목이 심어져 있고,
잔뜩 삼킨 씨앗은 흙속에 쌓여만 가고
눈꺼풀 안 쪽에 새겨진 나이테가
도수 높인 안경 너머 흐려지는 세상을 마주할 때
할머니는 흙투성이의 손으로 창을 닦아냈다
문득 아침이면 금이 가는 안경알
따가운 빛이 버겁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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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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